Q 50세 맞벌이 부부다. 비영리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아내는 영어 어학원과 유치원을 경영하고 있다.

아내의 사업 초기 자본금 마련을 위해 받은 대출과 학원사업 확장을 위해 분양 받은 상가의 대출이자 부담이 적지 않다.

유학 간 아들과 고등학생 딸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도 상당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하겠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노후준비가 늦었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A 상담을 의뢰한 이원종씨(가명) 부부의 작년 소득은 월 평균 18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부인이 경영하고 있는 어학원과 유치원 주변에 경쟁학원,영어 유치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원생 모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씨의 부인은 소득이 전년 대비 30~40% 정도 줄어들 것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미국에 유학 중인 아들에게 연간 6000만원가량을 보내줘야 하고,고등학생인 딸에게 드는 교육비도 월 평균 150만원은 된다고 한다. 게다가 재작년 분양 받았던 상가는 아직 입주 전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학원을 확장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매달 돌아오는 중도금 대출이자만 꼬박꼬박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은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이라 할 수 있다. 부부 자신을 위한 지출은 동일 연령대 부부들과 비슷하다. 소득 수준에 비해서도 검소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자녀와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어학원 확장을 위한 상가 분양도 그런 맥락에서 과감히 던진 승부수였다. 그런데 뜻밖의 복병을 만나 계륵과 같은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무언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상가 처분 등으로 지출 조정해야

어학원과 유치원의 경우 매년 2월 안에 그 해 매출 윤곽이 결정되는 속성을 고려할 때 전년 대비 가계 전체의 소득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지출 부분을 냉정하게 조정해야 하는데 제 1순위는 분양 받은 상가의 처분이다.

현재의 사업 환경이 몇 개월 버틴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데다,매달 현금 흐름상으로도 대출이자 절감이 가장 확실한 지출 조정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거주 중인 주택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 일부도 상환할 수 있어 매달 200만원의 지출 절감 효과가 생긴다.
교육비 부분도 손질이 불가피하다. 유학 중인 아들에게도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말해 주고 협력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로서 쉽지는 않겠지만 자녀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고통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설령 유학자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가족과 한마음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경험은 자녀들에게 비재무적인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

◆금융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노후준비에 대한 이씨 부부의 염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최고경영자(CEO)로서 정년이 없기는 하다. 그렇지만 일을 계속 하는 것과 안정된 노후를 마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상태에서 일하는 것과 계속 그런 부담을 안고 일하는 것과는 삶의 질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영하고 있는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앞으로의 10년은 이씨 부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10년이 왜 중요한지,앞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를 세 가지로 압축해 정리해 봤다.

첫째,현실적으로 재정적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다. 라이프 사이클상으로 볼 때 50대는 소득과 지출 모두 정점을 기록하는 기간이다. 이때 현금흐름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10여년 후에는 자녀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되기도 하고,그간 쌓아 올린 자존심마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둘째,전체적인 자산의 비중을 조절하기에 적합한 시기다. 대부분의 50대처럼 이씨 부부도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점진적으로 금융자산의 비중을 총 자산의 약 40%가 되도록 높여야 한다. 왜냐하면 두 자녀의 결혼과 부부의 은퇴 시점에 금융자산의 필요성이 점차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수익성과 유동성에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연금보험과 적립식펀드,예 · 적금을 골고루 활용하는 것이 좋다.

셋째,보장성 보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사회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30년 이상 살아갈 것을 염두에 두고,주요 질환(암,뇌 · 심장질환 등) 진단 비용과 실손의료보장을 중심으로 기존의 보험을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 갈수록 보험회사의 보장성보험 인수 기준이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스스로를 위한 보험을 꼭 챙기기를 권한다.

정리=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