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실리지 찾지 못한 패착이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지휘하는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8일(한국시간)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웨인 루니와 20세의 신인 수비수 하파엘 다 실바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고도 준결승 진출 실패의 쓴맛을 봤다.

퍼거슨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 때 최전방 스트라이커 루니의 출장 여부를 묻는 말에 "아직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루니는 선발 출장했다.

대신 "중앙 미드필더로 쓸 수 있다"던 박지성은 교체 선수 명단에서 빠졌고 하파엘이 주전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미드필더진에는 중거리슈팅이 좋은 대런 깁슨과 마이클 캐릭, 대런 플래처가 배치돼 공격축구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에른 뮌헨과 8강 1차전 때 발목을 다쳐 첼시와 맞대결에 결장했던 루니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대런 깁슨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고 루이스 나니의 추가골에도 숨은 도우미 역할을 했다.

루니는 부상 우려를 털어내는 듯했지만 전반 상대 수비수와 볼 경합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을 살짝 접질렸다.

루니는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교체를 대비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페데리코 마케다가 몸을 풀었다.

또 오른쪽 측면에서 프랑크 리베리의 예봉을 차단하면서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던 하파엘은 후반 5분 경고 누적으로 결국 퇴장을 당했다.

깁슨의 선제골과 루이스 나니의 연속골로 3-0을 만든 뒤 이비차 올리치에게 만회골을 허용하고도 3-1로 앞서가던 맨유는 하파엘의 퇴장 직후 뮌헨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결국 후반 29분 아르연 로번에게 한 방을 얻어맞았다.

3-2로 승리하고도 1차전 1-2 패배 탓에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4년 연속 준결승 진출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구단 인터넷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하파엘의 퇴장을 실패 이유로 돌렸다.

그는 "(하파엘이의 퇴장이 아니었다면) 뮌헨은 전혀 따라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하파엘은 어린 선수로 경험이 부족하다. 뮌헨 선수들이 하파엘을 퇴장시켰다. 그들이 주심에게 달려가 하파엘의 퇴장을 유도해낸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발목이 좋지 않은 루니를 뮌헨 수비수들이 집중적으로 마크한 것에 대해 "우리도 예상했고 주심이 그것을 잘 다뤘어야 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반이 끝나기 전에 실점을 허용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유가 뮌헨보다 좋은 플레이를 했다는 그는 "우리 전술이 부족했다거나 지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는 한 명이 많은 이점을 이용해 그라운드를 폭넓게 사용했으나 우리는 잘 막아냈다. 로번의 득점은 정말 굉장한 슈팅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