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관료들 중에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국가를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대부분의 전직 관료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적절한 자리와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랜 세월 국가 정책을 다룬 고위 경제관료들의 경험과 전문성은 국가적 자산인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직 장 · 차관들이 퇴임 후 일정 기간 국책연구소와 같은 연구기관에 근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관료 출신이 바로 기업이나 대학에 가서 능력을 펼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민간부문으로 옮겨가기 전에 연구기관에 있으면서 정책을 연구하고 다양한 대안을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직 고위 관료들이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회고록 등을 쓰도록 하면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직 관료들이 퇴직 후 적당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고시 합격 후 20~30년간 공직에만 머물도록 하는 시스템 탓도 크다"며 "공직과 민간의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직 이외의 다른 분야 경험이 없다 보니 민간에서 전직 관료들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함 교수는 "공무원들이 젊은 시절부터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에서 파견근무 하도록 하면 시야를 넓히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퇴직 후 일자리를 찾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6월 니어재단을 설립, 동북아시아지역 국가 간 경제 · 통화협력 확대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는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한국 사회 곳곳의 순혈주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직 관료들이 민간 부문으로 나가 자신의 뜻을 펼치고 싶어도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로 민간 부문 주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퇴직한 관료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배타성이 강한 것은 공무원 사회도 마찬가지"라며 "공무원 스스로도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