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쓴소리 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세계적 경영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 박사는 8일 "도요타 사태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단기적인 '횡재(windfall)'를 누릴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시대의 한국 경제와 기업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오마에 박사는 "나도 7개 모델의 차를 타는 동안 이 같은 기기 결함을 세 번이나 겪었다"며 "단지 일반적이고 전자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가 실수한 것은 처음 문제가 생겼을 때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도 (이 같은 실수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도요타는 이번 위기를 무난히 극복할 것이며,이를 계기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복귀와 관련해선 "훌륭한 결정이며 비전을 세우고 이를 향해 가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의 바다폰 성공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말없이 성호를 그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선 "동아시아는 사실상의 경제 공동체"라며 "LCD(액정표시장치) TV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한국 대만 일본 3국의 협력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만을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배우'라고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대만사람들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3개국어에 능통하다"며 "중국이라는 거대한 노동시장과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일본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또 대만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 가전업체인 홍하이(Honhai)를 예로 들며 "만약 홍하이가 없었다면 미국 TV시장 1위 비지오(VIZIO)의 성공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닌텐도의 DS와 위(Wii),소니의 PS2와 PS3를 홍하이 한곳에서 만든다는 것이 놀랍지 않냐"고 호평했다.

그는 또 "한국 사회가 7가지 방향으로 양극화돼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5가지 대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양극화는 남한과 북한,노동자와 사용자,정 · 관계와 언론,노령층과 젊은층,남성과 여성,해외진출 엘리트 인력과 국내 잉여 인력,국내외 원화가치의 양극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넘어서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립,미국과 중국에 집중한 수출,산업 공동화와 취업 문제,중산층이 사라지는 M형 사회에서의 사회적 긴장감,이명박 대통령 이후의 리더십,새로운 모델 국가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