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영화 '타이탄'은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처럼 그리스 신화의 영웅담을 다룬다. 구체적으로는 데미갓 페르세우스 이야기다. 데미갓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신(半人半神)을 일컫는다.

페르세우스는 난봉꾼 제우스가 인간 여인을 유혹해 낳은 아이.버려졌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괴물을 죽이고 영웅으로 재탄생한다. 아버지 제우스에게도 아들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신들의 세계로 가지 않고 인간 세상에 남는다.

그것은 인간 자존과 독립 선언에 다름아니다. 페르세우스 신화는 현대의 수 많은 영웅담에 변주되고 있는 원형이기도 하다. 할리우드가 초인 영웅을 신화에서 발굴해 온 것.'배트맨''스파이더맨' 등 과학이 빚어낸 영웅들과 대척점에 서 있다. 컴퓨터그래픽(CG)의 발달로 상상력을 마음대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바타'의 샘 워싱턴이 페르세우스역을 맡아 메두사,해저괴물 크라켄(문어대왕)과 대결을 펼치는 게 영화의 핵심이다. 크라켄은 제우스(리암 니슨)와 그의 동생이자 지옥의 신인 하데스(레이프 파인즈)가 방자한 인간들을 응징하기 위해 보낸 괴물이다.

'트랜스포터2''인크레더블 헐크' 등을 연출한 루이 레테리에 감독은 아날로그적인 액션을 십분 살려냈다. 영웅과 괴물들은 칼과 몸으로 싸우는 액션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렇지만 3D의 성과는 대단하지 않다. '아바타'로 눈높이가 올라간 관객들을 충족시키기에는 공간감각이 떨어진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