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성태씨(35)는 대학 졸업 후 중단했던 음악 감상에 다시 빠졌다. 지난해 말 아이폰을 구입해 엠넷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의 일이다. 그는 아이폰을 통해 최신곡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린다. 일반 휴대폰을 사용할 땐 하지 않던 행동이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게 싸고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음원시장이 쑥쑥 크고 있다. 음악업계에 따르면 1분기 엠넷,KT뮤직,멜론 등 주요 음악사들의 음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40% 증가했다. 올해 음원시장의 전체 규모도 지난해보다 20~30% 성장할 것으로 음반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주역인 아이폰은 지난해 11월 국내에 출시된 후 50만대 이상 판매됐다. 구글 안드로이드 OS기반의 스마트폰이 가세하면서 연말께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음악 콘텐츠를 이용하는 빈도는 매우 높다. 지난해 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기존의 휴대폰을 사용하던 사람 중 38%가 음악 콘텐츠를 이용한 반면 스마트폰은 이용자의 54%가 음악 콘텐츠를 이용한다. 스마트폰이 편리한 음악서비스 기능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클릭하면 원하는 음악에 즉시 접근할 수 있다. 또 메인페이지에서 추천곡 서비스를 드래그하면 자신의 음악앨범에 그대로 다운로드하거나 뮤직비디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반 휴대폰으로는 PC로 음원을 내려받아 휴대폰으로 사이드로딩해서 들어야 한다. 그냥 휴대폰으로 음원을 들으려면 가격이 너무 비싼 탓이다. 이와 달리 스마트폰은 데이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와이파이(WiFi)망을 이용해 음원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다만 와이파이망이 아직 건설되지 않은 곳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KT는 와이파이존을 연말까지 2만7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경우 전국 어디서나 웬만한 곳에서는 와이파이망을 이용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디지털음악시장도 유선인터넷에서 무선인터넷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게 된다.

무선인터넷 기반 시장은 유선인터넷 시장에 비해 불법복제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지난해 7월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된 후 합법 음원시장이 활성화될 계기도 마련됐다. 스마트폰이 이런 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투자증권의 유철환 연구원은 "스마트폰은 불법 음악시장 유저를 합법시장으로 끌어오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음악시장 규모는 1조9600억원으로 추산된다. 노래방 1조2000억원,공연 1000억원,음반 600억원,디지털음악 6000억원 등이다. 올해에는 디지털음악 시장이 적어도 20~30% 성장하고 4000억원에 달하는 불법 음악시장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스마트폰을 유통하는 이동통신사들과 음원 자회사,전략적인 제휴업체들이 음원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웹기반 플랫폼과 모바일 기반 플랫폼(3G 네트워크,와이파이)을 모두 갖춘 업체들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악시장에는 조만간 KT-KT뮤직,SKT-로엔,LG텔레콤-엠넷미디어의 3강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음원 보유와 유통 서비스가 한 묶음으로 전개돼야 시너지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