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관련 대기업에서 마케팅팀장으로 일하는 이안나씨(36)는 독신생활을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아침식사는 꼭 챙겨 먹는다. 출근하기 전에는 핸드백 안에 비타민제를 반드시 챙겨 넣는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건강식단으로 주문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회사 지하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건강검진도 해마다 회사에서 받는 것 외에 6개월에 한 번씩 따로 한다.

많은 골드미스는 건강도 일 못지않게 똑부러지게 챙긴다. 대개 전문직 여성들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고 업무량도 상당하다. 게다가 활동성이 떨어지는 정장 차림에 하이힐을 신고 있다. 때문에 작게는 변비부터 크게는 허리디스크까지 다 갖춘 '골병든 미스'가 되기 십상이다. 이씨 또한 "입사 5~6년차부터 몸에 이상이 나타나더니 결국엔 목디스크에 생리불순까지 생겼다"며 "이러다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직장생활을 오래 하지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들어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건강법도 가지각색


여성 직장인들이 건강관리법으로 가장 쉽게 선택하는 것은 점심시간을 이용한 운동이다. 헬스장에 갈 시간이 부족한 이들은 사무실에 운동화를 가져다 놓고 회사 주변을 걷는 방법을 택한다. 광화문에서 교통정리를 담당하고 있는 종로경찰서 이정한 순경은 "요즘 광화문 잔디광장과 청계천광장에서 옷은 정장인데 신발은 운동화 차림인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띄어 희한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유심히 관찰해보니 30~40분 빠르게 걸으며 운동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시간 절약을 위해 집에서 헬스기구를 이용해 운동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홈쇼핑 업체인 GS샵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이 홈쇼핑에서 헬스자전거를 구매한 고객 중 79%가 여성이었으며,특히 20~30대 여성 고객이 전체의 35%에 육박했다.

건강식품이나 비타민을 챙겨 먹는 것도 생활화됐다. 한국인삼공사가 최근 자사의 홍삼 멤버십 회원을 연령대로 구분해 조사 · 분석한 결과,20~30대 소비자가 전체 고객의 4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어트보다 체력관리


건설회사 설계팀에서 일하는 김정인 과장(37)은 얼마 전 위염 진단을 받았다. 그의 사무실은 서울에 있지만,담당하고 있는 현장은 광주광역시 인근에 있는 탓에 1주일에 서너 번은 꼭 당일치기로 건설현장을 다녀온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서 위에 탈이 난 것.승진한 뒤 처음으로 맡은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계속해서 몸이 아프다보니 강력한 경쟁자인 동기에게 일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직장에서 결정적인 승부를 내야 하는 순간에 체력이 모자라면 그것만큼 억울한 경우도 없기 때문에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심리도 관리

전문가들은 건강한 몸뿐 아니라 건강한 마음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처럼,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만큼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의 태도다. 어차피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자기만의 대처법이 필요한 것.

정신과 의사들은 "직장인들은 흔히 스트레스에 대해 술,담배,과식,극단적 사고 등으로 대처하지만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스트레스 원인과 평소의 대처방법을 구분한 뒤 긍정적인 사고와 편안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건강강박증은 주의를


건강관리도 좋지만 비타민을 성분별로 여러 개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건강보조식품까지 수시로 복용한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표적인 것이 '헬스 홀릭'이다.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해서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해치는 경우다.

간호사인 조경희씨(33)는 저녁마다 헬스장에 가서 트레드밀(러닝머신)을 탄다. 남들은 시속 5㎞ 정도로 놓고 걷곤 하지만 조씨는 시속 10㎞에 놓고 무조건 뛴다. 주말에는 적어도 3시간을 집 근처 수영장에서 보내거나 등산을 간다. 현재 그의 왼쪽 무릎은 너무 달려 무리가 가는 바람에 불편한 상태.지나치게 오래 운동하면 만성피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검진 홀릭'도 있다.

홍보회사를 운영하는 지하진씨(40)는 아랫배가 더부룩한 느낌이 들어 동네병원에 갔지만 가벼운 생리통 말고는 특별한 병이 없다는 진단을 수차례 받았다. 하지만 지씨는 안심하지 못하고 대학병원을 서너 군데 돌아다녔고 급기야는 "수술부터 해 뱃속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달라"고 요구해 의사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건강강박증에 빠진 사람들은 건강관리에 대한 필요성보다 다른 부문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체력관리라는 명목으로 푸는 경우가 많다"며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불안한 마음이 지속되고 영양제를 먹지 않았을 때 유난히 걱정되면 자신의 강박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