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시즌'의 주인공은 금융위기를 뚫고 화려한 봄을 맞이한 '실적 호전주'들이다. 한발 앞을 내다보는 투자자들은 1분기 반짝 실적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실적호전이 기대되는 '알짜 종목' 탐색에 들어갔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많이 올라 언제 조정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믿을 만한 것은 역시 실적"이라며 "장기적으로 탄탄한 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올해의 실적호전주를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일부 종목은 1분기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만큼 2분기 이후에도 좋은 실적이 기대되는 종목을 찾아보라는 얘기다. 대신증권은 1~2분기 연속으로 실적 호전이 예상되고,올해 실적 증가율이 지난해의 50% 이상인 '올해의 실적주 7선'을 선정했다.

◆경기 훈풍 불기 시작한 IT주에 주목

올해 실적주의 대표주자들은 정보기술(IT)과 전자 업종에 몰려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등 전 세계적인 수요 증가로 업황이 호전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등 새로운 다기능 제품들이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것도 호재다.

삼성전기는 주력 제품인 발광다이오드(LED)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부문에서 가장 강한 이익모멘텀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종욱 연구위원은 "LED의 경우 삼성전자의 LED TV 출하량이 느는데다 원재료인 사파이어 잉곳의 공급부족 현상으로 가격이 안정된 상태"라며 "1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4% 늘어난 1648억원을 기록하고 2분기도 LED와 MLCC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19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증설 중인 8세대 LCD 생산라인이 2분기에 가동되면 출하량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됐다. 강정원 연구위원은 "지속적인 점유율 확대로 하반기에 다시 한번 '서프라이즈'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5월에 중국 춘절 효과가 떨어지면 비수기에 들어가지만 글로벌 재고가 건전한 수준이라 패널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저력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올 1분기에만 4조3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실적이 기대된다. 반 연구위원은 "반도체와 LCD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가격은 계속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급격한 환율 변동이 없다면 올 2분기 매출은 36조원,영업이익은 4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를 생산하는 케이씨텍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종목이다. 지난 2월 73억원 규모의 반도체용 세정기를 수주한 데다 반도체 원판 가공에 쓰이는 슬러리 매출도 호조라는 것.최근 국민연금이 케이씨텍의 주식을 5.10%(159만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부진 씻고 올해 빛 보는 종목은...포스코 · 현대산업개발

오는 13일 실적 발표를 앞둔 포스코가 얼마나 기지개를 켤지도 주목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포스코가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보였던 만큼 1분기 영업이익이 300%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정업 연구위원은 "제품 단가가 예상보다 크게 인상될 것으로 보이고 세계 철강 가격의 지표인 중국의 철강 스팟가격이 4~5월까지 강세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실적을 깎아먹는 요인이었던 키코(KIKO) 계약이 이달 종료되기 때문에 재무구조에서도 우려를 덜게 된다는 분석이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반으로 급감하며 수모를 당했던 현대산업개발도 봄날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다른 건설사에 비해 주택 사업 비중이 높아 지난해까지 부동산 시장 침체의 충격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수익성이 높은 해운대 우동단지,수원 권선지구의 대규모 아파트분양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영업이익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주가 수준이 저평가돼 있어 분기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투자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SBS 역시 저렴한 주가와 영업실적 개선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동반한 것으로 꼽혔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독점중계 효과로 시청률과 방송광고 판매율이 늘어난 것이 호재다. 그럼에도 남아공월드컵 독점중계에 따른 비용 우려로 주가가 낮은 수준이라는 것.간접광고 허용 등 방송을 둘러싼 규제완화도 수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