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저점 간신히 방어
당국vs시장 기싸움 '팽팽'


전날 숨고르기에 나서며 소폭 반등한 원달러 환율이 9일 거래에서 하루 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1원(0.45%) 하락한 1118.2원으로 장을 마쳤다.

환율은 지난 1월 11일 기록한 연중 저점(1117.5원)을 깨지는 못했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008년 9월 17일의 1116원 이후 최저치다.

외환전문가들은 이날 당국과 시장의 힘겨루기가 장 내내 계속됐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의 위안화 절상 기대에 편승한 역외세력의 적극적인 매도 공세가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에 하락압력을 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환율은 밤사이 하락 마감한 역외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보다 1.3원 내린 1122원으로 출발한 뒤 개장 2분 만에 1117.8원까지 속락하며 연저점을 위협했다.

이어 상승 출발한 국내증시가 반락하고 외국인 순매수가 약화되자 환율은 이내 반등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롱스탑(손절매도)과 역외 매수세, 결제 수요 등이 가세하자 다시 1119원선으로 올라섰다. 딜러들은 환율이 연중 저점 가까이로 다가가자 당국에 대한 개입 경계심이 짙어지며 환율의 하방경직성을 가했다고 전했다.

오후 들어 환율은 1118원대에서 한동안 횡보하더니 오후 12시 47분경 또다시 1117.8원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당국으로 추정되는 개입이 어김없이 등장하며 환율을 10분 만에 1129원대로 끌어 올렸다. 당국 개입 경계심과 결제용 달러 매수세가 그나마 환율을 지지해주는 모습이었다.

장 마감을 20분 가량 앞두고 시장의 반격은 또 한번 일어났다. 중국 정부가 이르면 12일 이전에 위안화 절상을 발표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역외 매도가 집중되며 환율을 끌어 내린 것이다. 이에 환율은 오후 2시 39분경 1117.7원에서 일중 저점을 확인했다.

이후 당국도 곧바로 종가관리에 나서며 원달러 환율은 전날(1123.3원)보다 5원 가량 낮은 1118.2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117.7~1122원 사이에서 거래됐으며, 일중 4.3원의 등락폭을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이 장 막판 종가를 관리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날 역외세력은 내내 매도 우위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에 하락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딜러는 "위안화 절상 발표까지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그 이후에는 기술적 반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딜러는 "원엔 환율도 같이 내리고 있어 당국의 개입 강도는 더 강화될 것"이라며 "다음주 원달러 환율은 1110~113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31p 하락한 1724.47을, 코스닥지수는 1.14p 내린 512.1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환율 상승을 제한했다. 이는 21일 만에 매도 우위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오후 3시 40분경 1.3380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93.61엔을 기록 중이다.

한편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4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2.0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한은은 지난해 3월부터 14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의 외환전문가는 "이미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의 예상된 결과였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