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72)이 오바마 정부의 경제팀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취임한 뒤 첫 6개월 동안 최소한 네 차례 이상 루빈을 만났다고 8일 보도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 중 세 번은 루빈의 뉴욕 사무실에서 한 시간씩 면담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가이트너가 루빈을 빈번하게 만난 시기가 지난 6월로,오바마 행정부가 금융감독 개혁안을 발표하기 직전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정부의 금융감독안에 루빈의 입김이 상당히 미쳤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바마 정부 경제팀은 '루빈 사단'으로 짜여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이 대표적이다.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재무장관의 고문인 진 스펄링,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와 국가경제위원회를 연결하는 핵심 보좌관인 마이클 프로먼,게리 겐슬러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까지 루빈 사단으로 통한다.

이들은 루빈이 골드만삭스에서 일할 때부터 재무장관으로 재직할 때까지 그의 휘하에서 시장 운영과 경제정책을 배웠다. 루빈은 요즘도 이들과 정기적으로 통화하거나 장시간 면담하면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루빈은 빌 클린턴 전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1997년 아시아 위환위기 수습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루빈의 명성은 급속히 빛을 바래는 듯했다. 일부에서는 금융위기가 시장주의자인 루빈이 지나치게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비난도 했다. 또 공직을 떠난 후 씨티그룹 회장을 맡으면서 부도 위기에 몰린 씨티에 450억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도록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한편 루빈은 이날 미 의회 금융위기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큰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