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월급봉투는 업황 바로미터…ITㆍ車 '두둑' 건설ㆍ조선 '얄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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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상장사 연봉 비교
#1.경기도에 있는 A건설의 사무실 복도엔 '최저임금 기준은 시간당 4110원'이라고 적힌 노동부장관 고시가 붙어 있다. A4용지 크기의 고지문이 이 회사의 현재 상황을 말해준다. 이 회사 오너는 임금 200억원을 체불해 직원들로부터 고소된 상태다. 미분양이 쌓였고 해외 수주는 취소되면서 직원들은 8개월 넘게 월급을 못 받고 있다.
#2.현대자동차 본사에 근무하는 B씨는 집안의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최신형으로 바꿨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차 효과로 회사 실적이 좋았던 데다 강성이던 노조가 '무파업'을 선언하면서 회사로부터 주식,보너스 등 각종 보상금을 받았기 때문.현대차는 작년 5만5984명의 임직원에게 1인당 평균 7500만원의 임금을 지급했다고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10.3% 오른 것이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각 업종 대표기업 124개 상장사의 최근 2년간 사업보고서 임금항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직장인들은 기업의 경영성과에 따라 웃고 운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탈출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기업의 직원들은 주머니가 두둑해졌지만,부동산 경기침체로 고전하는 중소 건설사나 수주 취소가 잇따른 조선사는 오히려 직원 연봉이 깎였다. 이 같은 임금 변동은 산업계 인력구조 재편이란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당장 임금이 깎인 가장을 둔 가계는 시름이 더 깊어졌다.
◆조선 · 중소건설사 연봉 급감
직장인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대표적인 업종은 글로벌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조선과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쌓인 건설을 꼽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에 근무하는 6만여명의 조선사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6250만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2008년(6520만원)에 비해선 4.3% 줄었다. 전체 직원수가 5만9120명에서 6만75명으로 늘어난 반면 수주 부진으로 일감이 줄면서 수당도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진중공업은 평균 연봉이 52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1년 새 13.5%나 깎였다.
37개 상장 건설사들도 직원 4만6610명의 평균 연봉이 지난해 1.9%가량 줄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사상 세 번째로 많은 2만7326채로 11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7억원의 손실을 낸 신일건업도 평균 연봉이 22%가량 깎여 3280만원에 그쳤다. 159억원의 적자로 전환한 중앙건설(-14%)을 비롯 벽산건설 · 삼호 · 고려개발(각 -12%),동부건설 · 남광토건(각 -11%)도 연봉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GS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직원 연봉이 많게는 7% 이상 올라 대조를 이뤘다. GS건설의 4972명 직원들은 작년 평균 737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작년 초 자금 부족에 시달렸던 은행도 임금이 줄어든 업종 가운데 하나다. 국민 · 우리 · 신한 · 하나 · 외환 · 기업 등 시중은행과 부산 · 대구 · 광주 · 전북 · 제주 등 지방은행에 종사하는 은행원 8만9632명의 작년 연봉은 평균 5450만원으로 전년(5590만원)보다 2.1% 감소했다. 특히 2008년 7250만원의 연봉을 줬던 외환은행은 14% 이상 줄어든 6220만원에 그쳤다.
◆삼성전자,현대 · 기아차,증권사는 '호호'
지난해 세계적인 불황 속에 오히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IT(정보기술)기업과 석유화학,증권사는 연봉 인상률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를 비롯 LG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LG이노텍 신도리코 등 주요 IT기업에서 일하는 17만8072명은 작년에 평균 5333만원을 받았다. 1년 전보다 6.5% 오른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8만5085명)의 평균 연봉은 678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 이상 높아졌다. 여기엔 성과급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직원 5만5984명은 10.3% 늘어난 평균 75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쌍용자동차의 지난해 평균 연봉(4000만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3만명이 넘는 기아자동차 직원들도 작년에 7.5% 이상 오른 6880만원의 연봉을 받아갔다.
LG화학 한화케미칼 호남석유화학 금호석유 제일모직 등 석유화학업체들(1만6030명)도 평균 연봉이 6550만원으로 전년(6290만원)보다 3.9%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오른 덕에 호남석유화학은 평균 연봉이 5900만원에서 7200만원으로 22.0% 이상 뛰었다. 2차 전지에 주력하고 있는 LG화학은 LG하우시스를 분사한 탓에 작년 평균 연봉이 6200만원으로 3%가량 줄어든 것으로 신고됐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50%가량 반등하면서 증권사 직원들도 활짝 웃었다. 22개 상장 증권사(2만7509명) 평균 연봉은 5% 올랐으며 주식 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일부 증권사들은 성과급 보따리를 풀면서 연봉 인상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작년 1~3분기(4~12월) 임금을 토대로 연봉을 환산한 결과 대우증권이 평균 9070만원으로 전년보다 41.7%나 급증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작년 1~3분기까지 순이익이 2011억원으로 전년 동기(1108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증시 주가가 좋아 성과급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KTB투자증권 SK증권은 연봉이 20% 이상 올랐고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은 10%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김재후/이상은/조재희/강현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