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1일째 순매수 이어갔지만…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상 두 번째로 긴 21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장중 한때 400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이는 등 매수일변도의 움직임에 변화의 조짐도 보여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9일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6229억원에 달했다. 이는 이날 개장 전까지 진행된 우리금융 지분 9% 블록딜에서 외국인의 매수 금액 5361억원이 합산된 것이어서 이 물량을 제외할 경우 순수한 순매수 규모는 868억원 정도라고 한국거래소 측은 설명했다. 하루 전 매수 규모가 4000억원을 넘는 등 최근 공격적으로 사들이던 것과 비교하면 매수 강도는 다소 약해졌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날 장중 한때 379억원 매도우위를 보이기도 하다가 시간외 거래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인 덕분에 순매수로 마감했다.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다소 약해진 건 그리스의 재정위기와 위안화 절상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그리스의 국채 상환 만기가 4,5월에 집중돼 있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원책이 나온 게 없다"며 "이에 따라 유럽의 CDS(신용디폴트스와프) 프리미엄이 급등하면서 그리스 재정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재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오는 15일 내기로 했던 환율조작국 보고서를 연기했고,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 점을 고려해볼 때 조만간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위안화 절상이 실제로 단행되고 나면 최근의 원화강세 흐름도 주춤해질 수 있기 때문에 환차익을 노리고 국내 주식을 매수하던 외국인들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가 감소한 것을 추세전환의 변곡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이번 한 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면서 일부 외국인들은 차익실현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 같다"며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까지는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코스피지수는 9.31포인트(0.54%) 내린 1724.47로 끝나 이달 들어 처음으로 하락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