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개선 속도 늦을 것"…금리 연말까지 동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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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수 총재 첫 금통위 주재
"고용·물가가 경제의 두 축"
일자리 중시 방침 다시 강조
주택대출 걱정할 단계 아니다
"고용·물가가 경제의 두 축"
일자리 중시 방침 다시 강조
주택대출 걱정할 단계 아니다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전 9시에 시작돼 예전과 비슷하게 한 시간 남짓 진행됐다. '연 2.0% 기준금리 동결'은 10시가 약간 넘어 공표됐다.
하지만 금통위 의결문은 이전에 비해 30분가량 늦은 11시10분께 배포됐다. 기자회견을 10분가량 남겨놓은 시간이었다. 의결문 문안을 둘러싸고 김 총재의 주문이 있었고 금통위원들의 토론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물가보다 고용을 먼저 언급했다. 이성태 전 총재가 고용에 대한 언급없이 물가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과는 달랐다. 김 총재는 "건설 투자가 부진해 고용이 생각만큼 빨리 회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고용과 물가 동시에 고려
김 총재는 "나라경제 운영의 두 축은 고용과 물가"라며 고용 중시 방침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그는 현재 부진한 고용사정이 꽤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총재는 "고용사정이 우리가 예상한 만큼 급격하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하지만 물가는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2.7%(전년 동기 대비)에서 지난달 2.3%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서도 김 총재는 "올 하반기 이후,특히 내년에는 지금 수준보다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동향 등을 감안한 판단이다. 하지만 그 폭에 대해선 "매우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반기에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선 "인플레가 일어날 정도까지의 부담을 정부가 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예상했다. 고용과 물가에 대한 김 총재의 상반된 판단은 앞으로 상당 기간 저금리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계대출 위험수준 아니다"
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금리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인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1~2월 늘지 않다가 지난달 증가했지만 현재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또 "금리는 경제 전반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같은 거시경제 변수를 미시정책에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대출 등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으로 금리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이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국가 부채 수준에 대해선 "한국의 국가부채를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70%대에서 올해 100%를 넘어선 유럽 국가와 견줄 수 없다"며 "현재 정부의 재정 적자 축소 방향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 기획재정부가 '갑'이고 한은이 '을'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김 총재는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고 정부와 정책공조를 한다고 해서 한쪽으로 정책이 갈 것이라는 예측은 선입견"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한은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국제공조 역시 외국 정책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한은이 국가 발전에 리더십과 주도권을 가진 조직으로 평가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