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웰스 매니지먼트(WM)센터는 고객에게 어떤 포트폴리오를 제시할까. 총 1조7000억원의 고객자산을 굴리는 WM센터는 2002년부터 최저 10억원 이상 맡기는 고객을 모아 화제를 모았다. 고객 숫자는 300여명에 불과하다. 웰스 매니저가 17명이니 1인당 수십명만 관리하는 셈이다. 위탁자산이 1인당 평균 50억~60억원이지만 많게는 수천억원을 맡긴 고객도 있다.

조원철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팀장은 "거액의 자산가일수록 치밀하게 전략을 짠 후 자산을 운용하길 원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의 불확실성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오히려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고객이 찾아오면 설문이나 면담을 통해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을 정확히 파악한 뒤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는 고객의 성향과 나이에 따라 '안전추구형''표준투자형''수익추구형' 세가지로 나뉜다. 이중 '안전추구형'은 안정적인 자산운영을 추구하며 최소한의 원금 손실만 인정하려는 고객에게 제시된다. 전체 고객의 약 20%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올 예상 경제성장률(4%)과 물가상승률(3%)을 감안한 연 7% 안팎을 목표수익률로 정한다. 이들의 자산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7 대 3의 비율로 배분돼 운용된다.

안전추구형 포트폴리오에선 주식비중을 20% 이내로 제한하고 채권 65~70%,대안투자 10~15%로 구성한다. 조 팀장은 이 유형의 고객에게는 국내은행이 발행한 뒤 런던이나 홍콩 등 해외에서 파는 채권을 주로 권한다. 국내 은행이 발행해 안정적이면서도 해외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이 발행한'T1 신종자본 증권'은 세금을 제하고도 연 5.295%의 수익률을 올렸다. 특히 이 상품은 절세 효과도 뛰어나다. 조 팀장은 "은행채가 해외에서 발행될 경우 할인이 돼 거래 차익이 비과세 되기 때문에 세전과 세후에 큰 차이가 없다"며 "안전성을 추구하는 고객일수록 절세를 강조하는 만큼 안전추구형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안전추구형 고객이 목표로 하는 수익률에 연 2%의 수익률을 더 얹길 바란다면 '표준투자형'고객이다. 이들은 투자 자산의 일정부분은 안정적으로 보호하면서도 나머지는 자산 증식 목적으로 운용되기를 바란다. 전체 고객의 절반 가량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의 자산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5 대 5로 배분된다.

비교적 안전한 채권의 투자비중은 40~45%로 낮아진 반면 주식 비중은 35~40%,대안투자 비중은 20%로 높아진다. 조 팀장은 표준투자형 고객에게는 브라질 국채 파생연계증권(DLS)을 추천한다. 이머징 마켓의 채권 중 안정성과 수익성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수익률은 연 9~11%에 달한다. 게다가 최근 브라질 레알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대안투자는 전통적인 금융상품인 주식이나 채권 이외의 금융상품을 말한다. 조 팀장은 이 중에서도 대안투자 상품으로 원자재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을 고객들에게 권한다. 특히 최근에는 고객의 취미와 성향을 고려한 대안 상품도 인기다. 와인을 좋아하는 고객에게는 와인 펀드를,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고객에게는 공연펀드를 추천한다. 조 팀장은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 맞춤형 대안펀드들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다"며 "어떤 고객은 특별히 커피에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해 그 분을 위해 커피펀드를 만든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수익추구형'고객은 수익 가능성이 높다면 투자자산 유형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는 유형이다. 목표수익률은 연 11%로 가장 높다. 고수익을 노리는 만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3 대7의 비중을 둔다. 이에 채권과 대안투자 비중은 각각 30%,15% 정도인 반면 주식 비중이 50~60%로 높아진다. 조 팀장은 위험한 주식 비중을 높이면서도 나름의 안전장치를 빼놓지 않는다.

자산 운용의 주체를 분산시켜 위험을 낮추는 것.주식에 투자하는 자산의 절반은 직접 운용하되 절반은 투자 자문사에 일임해 운용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고객들에게 삼성생명 등 공모주에 투자하는 것도 권한다. 다만 공모주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만들어 차별적으로 운용한다. 공모펀드는 공모주에 대한 투자가 전체 비중의 10~30%로 제한돼 있어서다. 조 팀장은 "공모주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공모주 투자 비중이 최대 90%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일일이 청약하지 않아도 되고 펀드 매니저의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어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