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의 기세가 거침없다.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연속 순매수 행진은 21일째 이어지며 역대 2위 기록을 세우고 있다. 순매수 금액만 6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주식형펀드에서 쏟아진 3조3000억원의 환매 물량을 메우고도 남는 규모다.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22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우선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현대차에서 확인했듯이 한국 주요 기업의 실적이 글로벌 경쟁사를 뛰어넘고 있으니 주식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상장사 전반적으로도 실적 개선세가 돋보인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상장사 290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예상치)는 20조3447억원으로 작년 말 추정치인 19조8719억원보다 2.38% 늘었다. 당초 기대보다 기업의 이익 전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실적개선 속도가 눈부시다. IT 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 말 4조1237억원에서 최근에는 30% 이상 늘어난 5조3717억원까지 올라섰다. D램과 패널 가격 강세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자동차가 포함된 경기소비재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작년 말보다 5%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실적은 좋은데 주가수준은 여전히 매력적이란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향후 1년간 예상이익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98배로 2006년 이후 평균(10.8배)을 밑돌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시장 평균과 비교하면 각각 30%와 20% 할인된 수준이다. 개별 기업별로도 해외 경쟁사에 비해 밸류에이션은 여유가 있다. 현대차의 PER는 9.6배인 데 비해 독일의 다임러는 17.3배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8.3배)와 모토로라(23.9배),LG화학(11.2배)과 듀폰(15.4배),신한지주(9.7배)와 JP모건체이스(12.6배) 등도 격차가 상당하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은 원화강세를 염두에 두고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원화가치가 올라갈 경우 외국인 입장에선 주가차익뿐 아니라 환차익도 거둘 수 있어서다. 작년 말 1180원대에 달했던 원 · 달러 환율은 최근 1120원대까지 하락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반기 중 원 · 달러 환율은 1050원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적어도 2분기까지는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