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파워-1부 중화부흥] (1) 덩샤오핑 "포드 배우고 싶다"…30년후 세계최대 車생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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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1세기 키워드 중국
'주식회사 중국'을 이끄는 사람들
'주식회사 중국'을 이끄는 사람들
"중국 기업이 아닌 '주식회사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김동진 전 포스코 중국지주회사 사장).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다국적기업 경영자들은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한몸처럼 움직이는 민관(民官) 협력 체제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개혁 · 개방 이듬해인 1979년 1월 미국 애틀랜타 외곽의 포드자동차 공장에 최고지도자인 덩샤오핑 군사위원회 주석이 모습을 나타냈다. 당시 그 공장의 자동차 생산량은 중국 전체 생산량보다 많았다. 중국 지도자로선 처음 미국을 방문한 그는 공장을 둘러보며 "당신들에게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중국은 정확히 그렇게 했다. 30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창춘의 이치자동차공장은 '10000000'이라는 번호판이 달린 트럭을 생산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연간 생산량 1000만대를 돌파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자동차 생산과 판매 모두 지난해 세계 1위에 올랐다.
◆만만치 않은 상하이방 · 태자당 파워
지난달엔 중국 민영기업 지리자동차가 포드 계열 볼보를 인수했다. 리수푸 지리차 회장은 인수 계약 체결 현장에서 리이중 중국 공업정보화 부장(장관)의 축하를 받았다. 반면 중국의 중장비업체 쓰촨텅중은 정부의 불허 탓에 제너럴 모터스(GM) 계열 허머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글로벌 기업 인수가 일개 중국 기업이 아닌 '주식회사 중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주식회사 중국'의 미래를 보려면 국가와 기업의 리더들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중국의 국가 지도자 그룹은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 국가주석 계열의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과 3세대인 장쩌민 전 주석이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상하이방(上海幇) 및 태자당(太子黨 · 혁명 원로 · 고위 관료 자제)이 떠받치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의 면면을 보면 장쩌민 계열이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상무위원장과 저우융캉 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는 상하이방,자칭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리창춘 상무위원은 장 전 주석에게 호의적인 '범 상하이방'이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공산당 원로인 시중쉰의 아들로 태자당이자 상하이 당서기를 거친 상하이방이다. 허궈창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반면 후 주석 계열은 당 서열 3위인 원자바오 총리와 공청단 서기 출신의 리커창이 상무위원회에 포진해 있다.
2012년 18차 당대회에선 제5세대 지도부 출범을 위해 현재 상무위원 가운데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7명이 동반 퇴진한다. 계급 정년(70세)에 걸리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국가주석,리커창이 총리를 맡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가운데 나머지 공석을 메울 차세대 지도자 후보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공청단 출신인 왕양 광둥성 당서기와 리위안차오 당 조직부 부장도 중국 지도부의 집무실인 중난하이 입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공청단에 맞서고 있는 태자당에는 야오이린 전 부총리의 사위인 왕치산 경제 담당 부총리가 있다.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는 원로 정치인인 보이보의 아들로 상무부 부장(장관)을 지낸 뒤 한발 물러났지만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차세대 권력의 축은 공청단
향후 중국 권력 구도는 후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청단이 주도하면서 장 전 주석 계열인 태자당이나 상하이방이 견제하는 양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후 주석은 소득 분배에,장 전 주석은 성장에 무게중심을 둬 왔다. '장후(江胡 ·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성,무협지의 배경인 강호(江湖)와 발음이 비슷) 전쟁'의 승패에서 중국의 앞날을 점칠 수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패와의 전쟁이 정적 제거용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공청단과 태자당을 대척점으로만 보는 건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41세이던 2008년 공청단의 제1인자에 오른 루하오 중앙서기처 제1서기는 조부 루딩이가 부총리를 지낸 태자당이기도 하다.
'주식회사 중국'의 또 다른 축인 재계의 리더 그룹은 토종과 해귀파(海歸派,해외 유학파 출신)는 물론 태자당 등 다양하다. 1984년 공무원으로 일하다 붕괴 직전의 국영기업을 살리라는 특명을 받고 중국 최대 종합가전업체를 일궈낸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의 경영은 미 하버드대 교재에 실릴 만큼 주목받고 있다. 해귀파는 정보기술(IT) 에너지 등 신흥산업의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 기술자로 경험을 쌓은 후 1999년 바이두를 창업한 리옌훙 회장은 바이두를 세계 2위 검색포털로 만들었다.
태자당들은 최근 사모펀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의 아들인 원윈쑹이 뉴호라이즌캐피털이란 사모펀드를 운영 중인 게 대표적이다. 태자당의 두각은 중국 기업 행보를 중국의 국가정책으로 간주하는 해외 시각을 부추긴다. 외국 정부가 중국의 기술혁신 정책을 보호주의라고 비판하고,중국 기업의 투자를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부하는 일이 빚어지는 것도 '주식회사 중국' 시스템이 부른 역풍이라는 지적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중국 개혁 · 개방 이듬해인 1979년 1월 미국 애틀랜타 외곽의 포드자동차 공장에 최고지도자인 덩샤오핑 군사위원회 주석이 모습을 나타냈다. 당시 그 공장의 자동차 생산량은 중국 전체 생산량보다 많았다. 중국 지도자로선 처음 미국을 방문한 그는 공장을 둘러보며 "당신들에게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중국은 정확히 그렇게 했다. 30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창춘의 이치자동차공장은 '10000000'이라는 번호판이 달린 트럭을 생산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연간 생산량 1000만대를 돌파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자동차 생산과 판매 모두 지난해 세계 1위에 올랐다.
◆만만치 않은 상하이방 · 태자당 파워
지난달엔 중국 민영기업 지리자동차가 포드 계열 볼보를 인수했다. 리수푸 지리차 회장은 인수 계약 체결 현장에서 리이중 중국 공업정보화 부장(장관)의 축하를 받았다. 반면 중국의 중장비업체 쓰촨텅중은 정부의 불허 탓에 제너럴 모터스(GM) 계열 허머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글로벌 기업 인수가 일개 중국 기업이 아닌 '주식회사 중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주식회사 중국'의 미래를 보려면 국가와 기업의 리더들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중국의 국가 지도자 그룹은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 국가주석 계열의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과 3세대인 장쩌민 전 주석이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상하이방(上海幇) 및 태자당(太子黨 · 혁명 원로 · 고위 관료 자제)이 떠받치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의 면면을 보면 장쩌민 계열이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상무위원장과 저우융캉 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는 상하이방,자칭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리창춘 상무위원은 장 전 주석에게 호의적인 '범 상하이방'이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공산당 원로인 시중쉰의 아들로 태자당이자 상하이 당서기를 거친 상하이방이다. 허궈창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반면 후 주석 계열은 당 서열 3위인 원자바오 총리와 공청단 서기 출신의 리커창이 상무위원회에 포진해 있다.
2012년 18차 당대회에선 제5세대 지도부 출범을 위해 현재 상무위원 가운데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7명이 동반 퇴진한다. 계급 정년(70세)에 걸리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국가주석,리커창이 총리를 맡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가운데 나머지 공석을 메울 차세대 지도자 후보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공청단 출신인 왕양 광둥성 당서기와 리위안차오 당 조직부 부장도 중국 지도부의 집무실인 중난하이 입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공청단에 맞서고 있는 태자당에는 야오이린 전 부총리의 사위인 왕치산 경제 담당 부총리가 있다.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는 원로 정치인인 보이보의 아들로 상무부 부장(장관)을 지낸 뒤 한발 물러났지만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차세대 권력의 축은 공청단
향후 중국 권력 구도는 후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청단이 주도하면서 장 전 주석 계열인 태자당이나 상하이방이 견제하는 양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후 주석은 소득 분배에,장 전 주석은 성장에 무게중심을 둬 왔다. '장후(江胡 ·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성,무협지의 배경인 강호(江湖)와 발음이 비슷) 전쟁'의 승패에서 중국의 앞날을 점칠 수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패와의 전쟁이 정적 제거용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공청단과 태자당을 대척점으로만 보는 건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41세이던 2008년 공청단의 제1인자에 오른 루하오 중앙서기처 제1서기는 조부 루딩이가 부총리를 지낸 태자당이기도 하다.
'주식회사 중국'의 또 다른 축인 재계의 리더 그룹은 토종과 해귀파(海歸派,해외 유학파 출신)는 물론 태자당 등 다양하다. 1984년 공무원으로 일하다 붕괴 직전의 국영기업을 살리라는 특명을 받고 중국 최대 종합가전업체를 일궈낸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의 경영은 미 하버드대 교재에 실릴 만큼 주목받고 있다. 해귀파는 정보기술(IT) 에너지 등 신흥산업의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 기술자로 경험을 쌓은 후 1999년 바이두를 창업한 리옌훙 회장은 바이두를 세계 2위 검색포털로 만들었다.
태자당들은 최근 사모펀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의 아들인 원윈쑹이 뉴호라이즌캐피털이란 사모펀드를 운영 중인 게 대표적이다. 태자당의 두각은 중국 기업 행보를 중국의 국가정책으로 간주하는 해외 시각을 부추긴다. 외국 정부가 중국의 기술혁신 정책을 보호주의라고 비판하고,중국 기업의 투자를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부하는 일이 빚어지는 것도 '주식회사 중국' 시스템이 부른 역풍이라는 지적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