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0.4%가 승부를 갈랐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광역시에 처음 도입된 시민공천배심원제(시공제) 경선 현장에서 본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당심의 승리였다. 배심원단 297명의 선택에선 124명(41.6%)을 얻은 이용섭 후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강운태 후보는 86표(28.9%)로 3위에 그쳤지만 당원여론조사에서 46.7%로 33.3%를 얻은 이 후보를 압도,합산한 결과 37.8%로 이 후보(37.35%)를 간발의 차이로 꺾었다. 이 후보는 11일 경선 결과에 불복,재심을 요청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공제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164명의 전문 배심원단과 현지 배심원단 133명 등 297명이 참석했다. 패널로 참석한 오수열 조선대 사회과학연구원장은 미리 질의서를 주지 않은채 광주의 2009년 예산과 추경 예산,국비지원액,광주 공기업 부채액,1호선 사업예산과 적자보전액,심지어 영화 타이타닉 수익 등 구체적인 수치를 갑작스레 물어봐 후보들을 당황케 했다.

시공제에 대한 시민 배심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서울에서 온 한 배심원은 "광주가 대도시고 민주주의의 상징이라 평소에 관심이 많아서 전화를 받고 흔쾌히 참석했다"며 "토론 중반까지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는데 패널들의 갑작스런 질문에 누가 당황하지 않고 평소 소신을 잘 밝히는지를 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배심원은 "결국 오늘 말을 유창하게 하고 당황하지 않는 사람이 선택을 받은 것 아니냐"며 "배심원보다 현지 여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정치외교학과를 다니는 한 배심원은 "후보 3명에 대해 사전지식이나 편견이 없는 저같은 시민들이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혁 의지로 볼 수 있다"며 "지역에서 바라는 사람을 뽑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점에선 시공제 비율을 현재 50%에서 좀 낮추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시공제가 '미인대회'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적어도 현장에서 상당 부분 확인된 셈이다.

광주=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