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가 11일 이례적인 성명서를 내놨다. '공대위,민노회,금해투의 노동조합 점거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이다. 성명서에는 "노사 합의안 부결 직후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려고 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사무실에 몰려와 집기를 부수고 간부들을 폭행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집행부와 노선이 다른 계파 조직들이 노조 사무실을 기습 점거했고,이 과정에서 집행부 간부 4명이 입원했다는 것.

큰 회사건 작은 회사건 노조 내부의 계파 갈등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원자재를 살 돈이 없어 공장을 세웠고 직원 월급이 5개월이나 밀려 있는 상황이다. 노사가 힘을 합쳐도 회생이 쉽지 않은 판에 노조원 간 폭력사태까지 일어났다.

지난 1일만 해도 금호타이어 사태는 가닥을 잡는 듯 보였다. 노사가 기본급을 10% 삭감하는 대신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한다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즉시 1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에 나섰다. 그런데 잠정 합의안은 조합원 투표 결과 56%의 반대로 부결됐다. 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들이 최근 노조사무실을 점거한 현장 조직들이다. 이들은 '굴욕적인 합의안'이라며 부결운동을 벌였고 "법정관리가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노동계에서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법정관리는 부도난 기업을 법원이 직접 관리하는 제도다. 법정관리로 가면 현재 추진 중인 워크아웃보다 더 큰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법정관리를 거부,파산으로 가면 전원해고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현장조직들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금호타이어에서 최근 벌어지는 일들은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를 연상시킨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공장이 멈춰섰을 때도 실질임금 보전을 요구했다. 한 달도 안 돼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한 명도 해고할 수 없다"며 옥쇄 파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강성 계파의 '해고 철회'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전체의 30%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뒷처리는 남은 직원들의 짐으로 남아 있다. 금호타이어의 현장 조직들은 쌍용차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

조재길 산업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