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신용도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속속 회복하고 있다. 일부 업종과 중소기업의 구조조정 이슈가 남아 있긴 하지만 우량 기업들의 신용위험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낮아졌고,비우량 기업들의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 유통 금리 격차)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신용 스프레드가 낮다는 것은 기업의 채무 상환능력이 개선돼 부도 위험이 줄었다는 의미다.

◆우량 회사채는 위기 전보다 낮아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유통 금리는 전주말 연 4.43%까지 내려갔다. 연 3.77%인 국고채 3년물과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0.66%포인트로 좁혀졌다. 'AA-'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인 2008년 8월 말 1.62%포인트에서 그해 말 4.31%포인트로 치솟았지만 이후 빠르게 하락해 지금은 오히려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

우량 회사채 중 가장 낮은 'A-'등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도 2008년 말 5.29%포인트까지 치솟았다 현재 1.51%포인트로 리먼 사태 직전(1.90%포인트)보다 0.39%포인트 더 낮아졌다.

비우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아직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올 들어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BBB+' 등급 회사채의 유통금리는 연 8.23%로 국고채보다 4.46%포인트 높다.

금융위기 이전(2.68%포인트)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위기 이후 연 10%대로 치솟았던 금리가 올 2월에야 8%대로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회복세다.

오창섭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펀드를 조성해 'A-'와 'BBB+' 회사채 투자를 늘리기로 한 만큼 비우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도 조만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들어 회사채 3년물 발행 10조

신용위험 우려가 수그러들고 채권시장으로 시중자금이 몰리면서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한결 수월해졌다. 올 들어 회사채 발행 증가와 함께 눈에 띄는 변화는 만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1~3월) 일반 공모를 통해 발행된 회사채 중 만기가 1년 이하인 채권은 25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6700억원)에 비해 85%나 급감했다.

반면 전분기(작년 10~12월) 3조원에 못 미쳤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규모는 9조94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5년 이상 장기물 발행액도 3조4000억원으로 전분기(1조4200억원)보다 2배 넘게 불어났다.

장기 자금을 조달해 지난해 발행했던 단기 회사채나 사모채권,기업어음(CP) 등을 상환하는 기업도 있다.

지난주 1000억원의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GS건설은 이 자금을 전액 지난해 발행한 1년짜리 회사채 상환에 사용키로 했다. 신용등급이 'BBB+'인 현대시멘트도 13일 발행하는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중 200억원을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은행들로부터 차입한 CP를 갚는 데 쓸 계획이다.

최선희 동양종금증권 이사는 "지난해엔 회사채 발행 자체가 힘들어 기업들이 단기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금리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데다 채권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3년 이상 장기물 발행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이 이미 자금조달을 마무리한 상태여서 우량 회사채는 공급이 달릴 지경이라는 설명이다.

정태영 대우증권 IB사업부장은 "지난해 발행된 회사채 대부분이 만기 1년 안팎의 단기물인 데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오히려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만기가 긴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지연/김동윤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