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지금…세계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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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엑스포 D-20…중국의 부활
중국 상하이의 '명동'인 난징시루와 도심을 가로지르는 황푸강이 만나는 와이탄. 이곳은 평일에도 발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넘쳐난다. 예전에는 상하이 시민과 내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지만 미국 유럽 아프리카 등 각국 비즈니스맨과 유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11일 이곳에서 휴일을 즐기던 사람들은 황푸강 건너편 중국 최대 금융허브인 푸둥이 야경을 드러내자 감탄사를 쏟아냈다.
런던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푸둥으로 직장을 옮긴 영국인 존 해밀턴씨(32)는 "상하이를 모르고서는 국제금융 전문가로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시(市)정부와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시로 뉴욕과 런던에 대표단을 파견,'금융인재 설명회'를 열면서 핵심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금융 · 산업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하이는 한 세기 이전만 해도 정반대 운명이었다. 1868년 와이탄에 공원을 조성한 영국인들은 '중국인 출입금지,단 서양인의 하인은 제외' '개와 자전거도 출입금지'라는 출입 규정을 내걸면서까지 중국인들을 농락했다. 중국은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 패전에 따라 상하이 광저우 등 5개항을 개항,주요 영토를 서방 열강의 조차지로 내주면서 '굴욕'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170년이 흐른 2010년.중국은 다시 세계를 불러들이고 있다. 노쇠한 대제국이 아니라 천지개벽 신화를 앞세워서다. "서방 열강에 농락당하며 패망했던 참담함은 사상 최대 규모의 엑스포 개최국이란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중국 남방일보) 여의도 3분의 2 크기의 엑스포 전시장은 규모는 물론 내용에서도 역대 엑스포를 압도한다. 테마관 등 주요 시설에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중국의 첨단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상하이의 위용도 발전하는 중국을 상징한다. 시 관계자는 "이달 초 5개 노선 개통으로 총 연장 420㎞의 지하철을 보유하게 돼 런던(408㎞)과 뉴욕(370㎞)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푸둥에는 632m짜리 상하이 타워 공사도 한창이다.
세계 2위의 무역대국,세계 최대 규모 외환보유국,세계의 공장,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국….늘어나는 중국에 대한 수식어만 세계를 경악케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기본 질서를 재창출하는 중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중국 내 연구 · 개발 인력을 지금의 3000명 수준에서 1만5000명으로 늘려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연구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농업은행이 상반기 중으로 예정한 293억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는 벌써부터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이며 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아편전쟁 이후 본격화한 '서세동점(西勢東漸 · 서양세력이 동방을 점령)'의 물결이 중국의 고속질주와 더불어 '중세서점(中勢西漸)'으로 바뀌고 있다"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을 허황하게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상하이=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