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올해 초 국세행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를 도입해 불법 해외재산 반출과 역외소득 탈세심리를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해외금융계좌 신고제가 해외(역외)탈세 차단의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해외금융계좌 신고제와 관련된 2개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의원들은 물론 기획재정부까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

이혜훈 의원이 작년 11월 발의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및 조세범 처벌법' 개정안의 골자는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한 국내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매년 6월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해외금융계좌 내역을 신고토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지금은 5만달러 이상을 해외로 송금할 때만 신고의무를 적용하고 있으며 해외로 돈이 나간 뒤에는 예금 증권 등 어떤 형태의 계좌에 운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 의원은 "내국인의 해외금융계좌를 파악하지 못하면 조세조약을 아무리 많이 맺어도 해외탈세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다"며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주목되는 것은 처벌 조항이다. 해외금융계좌 내역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계좌의 최고잔액 합계액이 5억원 초과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고잔액 20%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매기도록 했다.

해외탈세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신고의무만 어기면 처벌할 수 있다는 것도 이 법안의 특징이다. 국세청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외송금과 해외금융계좌 신고가 늘어나 탈세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 도입 힘들 듯

해외금융계좌 신고제 관련법 개정안은 작년 말 정기국회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졌다. 하지만 조세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야당은 물론이고 유일호 나성린 등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은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아도 적발해낼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파장이 큰 반면 실효성이 의심되는 법안인 만큼 신중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도 "신고를 안 한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하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관계자도 "해외탈세의 대부분은 현지법인이나 차명계좌를 이용해 저지르고 있다"며 "모든 국민에게 신고의무를 지우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일이 많이 걸리더라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박신영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