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미켈슨과 라운드하며 기죽지 않고 집념의 샷 '돌풍'
앤서니 김, 7타 줄이며 3위
한국 남자 골프의 새 장이 열렸다. 국내 골프 역사 100년,한국 선수들의 미국 메이저대회 출전 37년 만에 처음으로 두 명의 선수가 한 메이저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한국 선수가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를 정복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도 높아졌다.
역대 최다인 4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 남자 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대회에서 아마추어로 초청받은 2명은 커트 탈락했지만,한국 남자 골프의 '원투펀치'인 최경주(40)와 양용은(38)은 첫날부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돌풍을 예고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마스터스대회에서 최경주와 양용은은 줄곧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린 끝에 각각 공동 4위와 8위를 차지했다. 1973년 프로골퍼 한장상이 한국인으로는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한 이래 한국 남자 골퍼 2명이 메이저대회에서 동시에 10위 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까지는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커트 통과도 몇 번 되지 않았다. 김승학이 1973년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28위,최경주가 1999년 같은 대회에서 49위에 오른 게 전부였다. 한국 선수들의 마스터스대회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최경주가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2003년부터다.
2007년 양용은이 마스터스대회에 출전하며 처음으로 한국 선수 두명이 동시에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아 부쩍 성장한 '코리안 파워'를 실감하게 했다.
한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대회 '톱10'에 진입한 것은 모두 다섯 차례였다. 양용은이 지난해 US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최경주는 마스터스대회와 브리티시오픈에서 한 차례씩,USPGA챔피언십에서 두 차례 10위 안에 들었다. 최경주와 양용은이 서로 다른 대회에서 10위 내에 진입한 것이어서 2명이 동시에 들어간 적은 없다. 마지막날 페이스를 한껏 끌어올리며 단독 3위로 대회를 마감한 한국계 미국인 앤서니 김까지 더하면 톱10에 이름을 올린 한국(계) 선수는 3명이나 된다.
이번 대회는 기록 면에서도 한국 골프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최경주는 나흘 내내 언더파를 적어냈고,양용은도 오버파를 치지 않았다. 한국 선수가 한 대회 4일 동안 언더파를 친 것도 처음이고,오버파를 치지 않은 것도 처음이다.
더욱이 최경주는 나흘 동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양용은은 1~3라운드를 이번 대회 챔피언 필 미켈슨과 함께 라운드함으로써 한국 남자 골프의 위상을 세계에 떨쳤다. 모자 정면에 태극기를 부착한 최경주와 모자 · 골프백에 'kotra' 마크를 단 양용은 모두 세계 골프팬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며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최경주는 "옛날에는 마스터스대회 참가를 꿈도 못 꾸었지만 지금은 한국 선수들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입증됐다. 한국 선수가 마스터스 그린재킷을 입을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 선수들의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일본(3명) 태국(1명) 등 8명의 아시아 선수들의 기량이 서양 선수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음을 입증했다.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에 이어 '제2의 메이저 챔피언'이 탄생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일깨워준 대회였다. 물론 그 중심은 '코리안 브러더스'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