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문 도중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시신이 11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로 운구돼 국민들의 애도 속에 국장에 들어갔다. BBC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수만명의 애도객들이 시내 곳곳에 모여 폴란드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흰색 장미를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고 보도했다.

옛 소련이 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인 2만명 이상을 학살한 '카틴의 숲'을 방문하기 위해 카친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제 비행기를 타고 가다 러시아 영토에서 사망하자 러시아도 재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폴란드의 대러시아 감정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권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스몰렌스크 사고 현장을 찾아 조의를 표했고,폴란드와 공동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폴란드 국가 지도부가 대거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가 폴란드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정치,군사,문화 분야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비극적인 참사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을 피해 1.7% 성장을 거뒀고 올해도 고성장이 예상되는 폴란드는 경제 기반이 튼튼한 데다 경제 지도자의 부재로 인한 정책 변경 요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폴란드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유럽연합(EU) 권고치인 55%에 훨씬 못 미치는 47%대에 그칠 정도로 재정이 안정적이다. 또 이번에 사망한 슬라보미르 스크르지페크 폴란드 중앙은행 총재가 사고 직전인 지난 9일 즈워티화를 10여년 만에 유로화 대비 1.2% 평가절하한 만큼 특별히 통화정책을 변경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폴란드는 14일로 예정된 10년 만기 즈워티화 표시 국채 발행을 예정대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주 중 독일과 영국에서 열릴 대규모 투자설명회도 계획대로 진행한다. 씨티그룹과 유니크레디트 등도 "이번 사건과 폴란드 경제는 별개"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