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이 그리스에 내년까지 최대 300억유로에 이르는 차관을 제공키로 합의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도 그리스에 대기성 차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12일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의 성명을 인용해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에 IMF도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칸 총재는 그리스 요청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대기성 차관이 지원 방안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IMF의 그리스 지원 차관 규모는 총 150억유로로 알려졌다.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1일 화상회의를 갖고 그리스 지원 차관 규모 및 금리 조건 등 세부 내용을 논의한 뒤 최대 300억유로 지원을 결정했다. 유로존의 결정 이후 EU집행위와 그리스 정부,IMF,유럽중앙은행(ECB)도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그리스에 제공할 차관 규모와 조건에 관한 추가 협의를 벌였다. 그리스가 아직 공식적으로 차관 지원을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외부 지원 방안이 나온 만큼 그리스 재정위기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유로존의 지원에서 3년짜리 차관 금리가 5% 수준으로 결정된 점이 주목된다. 이는 IMF의 차관 금리 2.7%보다는 높지만 한때 7.58%까지 치솟은 뒤 7%대를 유지하고 있는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보다는 크게 낮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금리보다는 낮다지만 5%는 결코 낮은 금리가 아니다"며 "유럽이 그리스에 공짜로 지원을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보조금을 주듯 그리스를 도와줘선 안 된다'고 주장해온 독일의 반대를 무마하는 동시에 그리스에도 "자구 노력을 최대한 계속하라"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5%대 금리는 앞으로 그리스가 발행할 국채의 기준금리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비오 페루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극적으로 떨어질 것이고,5%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유로존은 지난달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 지원에 합의하면서 금리 혜택은 주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의 불신이 계속되자 결국 시장 기준보다 낮은 금리로 차관을 제공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