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맞먹는 공사비 들여 리모델링하는 사연은…
경기도 수원시 만석공원 주변 동신아파트가 최근 부동산 업계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총 3870채로 국내에서 추진되는 최대 규모의 리모델링 단지인데다 집값과 맞먹는 공사비를 들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리모델링 공사비는 현재 거래되고 있는 시세의 90% 선에 달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원 정자동 동신아파트 3개 단지 총 3870채의 리모델링 사업에 투입되는 공사비는 4000억~4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구당 부담금은 최고 1억8000만원에 달한다. 76㎡(23평)는 매매가격이 1억4000만원 선이지만 추가로 부담해야할 공사비는 1억2000만원 선이다. 1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79㎡(24평)는 1억3000만원 정도가 리모델링 공사비로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평형들도 시세와 엇비슷한 공사비를 내야 한다.

1987년 지어져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동신아파트는 2006년 리모델링 추진 초기만해도 억대의 추가 분담금 탓에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작년 1단지와 3단지가 3분의 2 이상(71%)의 주민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했다. 2단지도 오는 6월 동의서 작업을 마무리하고 조합설립신청을 할 계획이다.

비싼 추가부담금을 내면서도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신아파트 단지의 용적률은 256%지만 현행법상 최대 가능 용적률은 이보다 낮은 250%다. 재건축을 하게 되면 용적률이 되레 줄어 건축규모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얘기다.

리모델링으로 돌아선 데엔 헌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 주변 아파트 정도의 시세를 받을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3.3㎡당 500만~600만원 선으로 주변에서 최근 분양된 아파트 가격(3.3㎡당 1200만~1300만원)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리모델링을 통해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설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가격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공사로 선정된 쌍용건설은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기존 9개 타입의 아파트 평면 형태를 67개로 다양화시키기로 했다.

5년후 리모델링이 끝나면 단지 여건도 크게 개선된다. 1가구당 0.2대꼴인 813대 규모의 지상 주차공간은 녹지공간으로 바뀌고 지하 2~3층까지 주차장이 신설돼 주차대수가 가구당 1.15대인 4450대로 약 5.5배로 늘어난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