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주장을 처음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인터넷 등을 통해 왜곡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어 정확한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직원들이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판단,직원 18만명이 모두 보는 인트라넷에 글을 올렸다. 그룹 커뮤니케이션팀은 이 글에서 "책 내용 대부분은 사실무근이거나 왜곡된 것으로 밝혀져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그러나 직원들의 생활과 관련된 부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책 내용 중 직원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던 도청과 이메일 감시 등에 대해 가장 먼저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책에서 "감시와 도청은 (삼성의) 일상 업무였고 직원들의 이메일은 모두 감시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음성녹음장치는 어디에도 없고 복도 등에 CCTV가 있지만 기술 유출 및 도난 사고 방지를 위한 것으로 어떤 건물에서나 볼수 있다"고 논박했다. 또 방대한 양의 직원 이메일을 모두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메일을 실시간 검열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의 "삼성전자 수원공장에는 화장실에 휴지도 없는 등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북한을 연상케 한다"는 주장은 "직원들이 더 잘 아는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 문제도 직원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검은 이건희가 차명으로 관리해 온 재산,즉 비자금이 4조5000억원 이상이라고 발표하고도 수사할 수 없다고 했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사실 왜곡이라는 얘기다. 커뮤니케이션팀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 재산은 비자금이 아니라 실명제 시행 전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임직원 명의로 보유해 온 차명 재산"이라고 밝혔다.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책에 1997년 외환위기 후 분식회계 규모가 삼성중공업 2조원,삼성항공 1조6000억원,삼성엔지니어링 1조원 등에 이른다고 나와 있지만 일부 계열사 분식 규모가 회사의 연간 매출보다 크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00년의 경우 삼성중공업 매출은 3조5800억원,삼성항공 1조4200억원,삼성엔지니어링은 9800억원이었다.

한편 삼성은 반도체 라인에 근무하던 전직 직원이 사망한 것과 관련,반도체 라인의 실상을 언론에 공개키로 했다. 특검 후 수년간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면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것에서 벗어나 정면 돌파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게 삼성 주변의 평가다. 삼성 관계자는 "진실을 알리는 것이 직원 및 사회와 소통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