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파워-1부 중화부흥] (2) 高부가 클러스터 조성…아시아 간판 메갈로폴리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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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장삼각주는 변신중
지난 11일 상하이 훙차오공항 제2터미널.중국 국내선 전용으로 한 달 전 문을 연 곳이다. 터미널 크기는 36만4000㎡로 기존 제1터미널보다 4배나 크다. "급증하고 있는 중국 내 물동량을 소화하기 위해서죠." 초대형 터미널 건설에 대한 공항 관계자의 설명은 명료했다.
2층 출국장에서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끝없이 이어진 긴 직선이 눈에 들어온다. 오는 7월 개통 예정인 상하이와 난징 간 고속열차 궤도다. 상하이의 교통망 확충 공사는 하늘과 땅에 머무르지 않는다. 뤼싱 상하이물류공사 회장은 "푸둥신구에서 강 밑 터널을 통해 창싱다오에 도달한 뒤 다시 수상다리를 거쳐 충밍다오까지 이르는 총 길이 25.5㎞의 대교가 작년 10월 완공됐다"며 "충밍다오에서 상하이 시내까지 걸리는 시간이 종전의 절반인 한 시간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長江 · 양쯔강)삼각주는 이렇게 '하늘 · 땅 · 바다'가 개벽하는 현장이다. 온통 공사판이 벌어지는 이유는 '메가 도시' 구축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한국만한 크기의 창장삼각주를 3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상하이화둥한국IT기업협의회의 백현종 사무총장은 "수륙공(水陸空)에 촘촘히 길을 낸 뒤 산업 클러스터(cluster · 집적) 체제를 구축해 도시 간 유기적 역할 분담을 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전했다. 개혁 · 개방의 선봉이었던 창장삼각주가 거대한 경제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마우스'를 버리다
창장삼각주는 상하이를 필두로 쑤저우 항저우 닝보 우시 쿤산 난징 등 양쯔강 하류 16개 도시를 포괄한다. 이 지역의 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7조1793억위안으로 한국을 추월했다(동방조보).하지만 중서부 등 대륙 전역의 경제가 발달하면서 이 지역의 전체 GDP 비중은 매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줘융량 저장성 개혁발전연구소장은 "몸집이 커지면 기존 옷과 신발이 맞지 않듯이 창장삼각주의 산업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변화의 핵심은 "컴퓨터 마우스 버리기"(상하이경제연구소 쉬밍바오 연구원)다. 전 세계 마우스 2개 중 1개를 창장삼각주에서 생산하고 있지만,이젠 마우스 같은 저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한영 상하이한국상회 회장은 "변신의 키워드는 연구개발부터 부품 공급,완제품 생산,수출에 이르기까지 현지 완결형 체제를 갖추기 위한 클러스터 조성"이라고 설명했다.
창장삼각주 한복판에 있는 우시 신구의 공단 부근에는 소프트웨어 산업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띄는 이곳에는 일본 NTT데이터를 비롯한 200여개의 소프트웨어 업체가 간판을 내걸고 있다. 시 정부는 8억위안을 투자해 단지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발전공사를 설립한 뒤 인력을 길러 공급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저우리핑 사무국장은 "대학 졸업자들에게 IT(정보기술) 전문교육을 제공한 뒤 취업시키고 있다"며 "작년에 8000명이 IT 회사에 입사했다"고 자랑했다. 하이닉스-뉴모닉스의 정홍교 부장은 "인력은 클러스터를 위한 기본적인 자원의 하나"라며 "하이닉스가 중국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50%를 점유할 수 있었던 것은 IT산업의 클러스터로 떠오른 창장삼각주에 자리잡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클러스터는 업종별로 특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상하이는 IT 금융 물류 자동차,항저우는 환경과 IT,닝보는 바이오 제약 조선,쑤저우는 IT 전자 통신설비,난징은 자동차 전자부품 등으로 특화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라며 "외자기업들도 창장삼각주 진출 전략을 짤 때 이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국 발전 신모델
상하이교통대의 왕팡화 교수(경제학)는 "창장삼각주의 경제 규모는 2020년 지난해 중국 GDP의 절반 수준인 15조9200억위안(약 2388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창장삼각주의 거대도시 전략은 중국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KOTRA 베이징센터의 박한진 차장은 "창장삼각주를 시작으로 전국에 15개의 메갈로폴리스(거대 도시군)를 만든다는 게 중국 정부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일본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중국을 하나의 거대 국가로 인식해서는 곤란하고,지역경제 단위를 중심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메갈로폴리스는 경제구조를 임가공 수출 등 전통적인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푸단대 루시원 교수는 "창장경제권 일체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측면과 함께 그동안 난(亂)개발의 부작용을 가져온 지역경제를 구조조정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며 "일체화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창장삼각주는 아시아 · 태평양을 대표하는 경제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거대도시 전략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직전 상하이시 당서기로 일할 때 그는 상하이시와 장쑤성,저장성 최고지도자들 사이의 '3자 대표 회동'과 '3개 지역 경제협력 및 발전 좌담회','창장경제권 16개 도시 대표 정기회의' 등 협력 채널을 주도적으로 구축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뿌리 깊은 중국의 지역주의가 극복해야 할 첫 번째 장애물이다. "거대도시 프로젝트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진행할 행정기구가 없는 것은 지역별 주도권 싸움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분석이다. 산업구조 조정이 부진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쿤산시 다밍전자의 김태복 사장은 "저임금에 기대어 값싼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만족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체제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클러스터화는 큰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특별취재팀 조주현 특파원 오광진 강은구 김태완 주용석 박동휘 안정락 기자
2층 출국장에서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끝없이 이어진 긴 직선이 눈에 들어온다. 오는 7월 개통 예정인 상하이와 난징 간 고속열차 궤도다. 상하이의 교통망 확충 공사는 하늘과 땅에 머무르지 않는다. 뤼싱 상하이물류공사 회장은 "푸둥신구에서 강 밑 터널을 통해 창싱다오에 도달한 뒤 다시 수상다리를 거쳐 충밍다오까지 이르는 총 길이 25.5㎞의 대교가 작년 10월 완공됐다"며 "충밍다오에서 상하이 시내까지 걸리는 시간이 종전의 절반인 한 시간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長江 · 양쯔강)삼각주는 이렇게 '하늘 · 땅 · 바다'가 개벽하는 현장이다. 온통 공사판이 벌어지는 이유는 '메가 도시' 구축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한국만한 크기의 창장삼각주를 3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상하이화둥한국IT기업협의회의 백현종 사무총장은 "수륙공(水陸空)에 촘촘히 길을 낸 뒤 산업 클러스터(cluster · 집적) 체제를 구축해 도시 간 유기적 역할 분담을 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전했다. 개혁 · 개방의 선봉이었던 창장삼각주가 거대한 경제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마우스'를 버리다
창장삼각주는 상하이를 필두로 쑤저우 항저우 닝보 우시 쿤산 난징 등 양쯔강 하류 16개 도시를 포괄한다. 이 지역의 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7조1793억위안으로 한국을 추월했다(동방조보).하지만 중서부 등 대륙 전역의 경제가 발달하면서 이 지역의 전체 GDP 비중은 매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줘융량 저장성 개혁발전연구소장은 "몸집이 커지면 기존 옷과 신발이 맞지 않듯이 창장삼각주의 산업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변화의 핵심은 "컴퓨터 마우스 버리기"(상하이경제연구소 쉬밍바오 연구원)다. 전 세계 마우스 2개 중 1개를 창장삼각주에서 생산하고 있지만,이젠 마우스 같은 저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한영 상하이한국상회 회장은 "변신의 키워드는 연구개발부터 부품 공급,완제품 생산,수출에 이르기까지 현지 완결형 체제를 갖추기 위한 클러스터 조성"이라고 설명했다.
창장삼각주 한복판에 있는 우시 신구의 공단 부근에는 소프트웨어 산업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띄는 이곳에는 일본 NTT데이터를 비롯한 200여개의 소프트웨어 업체가 간판을 내걸고 있다. 시 정부는 8억위안을 투자해 단지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발전공사를 설립한 뒤 인력을 길러 공급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저우리핑 사무국장은 "대학 졸업자들에게 IT(정보기술) 전문교육을 제공한 뒤 취업시키고 있다"며 "작년에 8000명이 IT 회사에 입사했다"고 자랑했다. 하이닉스-뉴모닉스의 정홍교 부장은 "인력은 클러스터를 위한 기본적인 자원의 하나"라며 "하이닉스가 중국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50%를 점유할 수 있었던 것은 IT산업의 클러스터로 떠오른 창장삼각주에 자리잡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클러스터는 업종별로 특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상하이는 IT 금융 물류 자동차,항저우는 환경과 IT,닝보는 바이오 제약 조선,쑤저우는 IT 전자 통신설비,난징은 자동차 전자부품 등으로 특화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라며 "외자기업들도 창장삼각주 진출 전략을 짤 때 이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국 발전 신모델
상하이교통대의 왕팡화 교수(경제학)는 "창장삼각주의 경제 규모는 2020년 지난해 중국 GDP의 절반 수준인 15조9200억위안(약 2388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창장삼각주의 거대도시 전략은 중국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KOTRA 베이징센터의 박한진 차장은 "창장삼각주를 시작으로 전국에 15개의 메갈로폴리스(거대 도시군)를 만든다는 게 중국 정부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일본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중국을 하나의 거대 국가로 인식해서는 곤란하고,지역경제 단위를 중심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메갈로폴리스는 경제구조를 임가공 수출 등 전통적인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푸단대 루시원 교수는 "창장경제권 일체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측면과 함께 그동안 난(亂)개발의 부작용을 가져온 지역경제를 구조조정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며 "일체화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창장삼각주는 아시아 · 태평양을 대표하는 경제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거대도시 전략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직전 상하이시 당서기로 일할 때 그는 상하이시와 장쑤성,저장성 최고지도자들 사이의 '3자 대표 회동'과 '3개 지역 경제협력 및 발전 좌담회','창장경제권 16개 도시 대표 정기회의' 등 협력 채널을 주도적으로 구축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뿌리 깊은 중국의 지역주의가 극복해야 할 첫 번째 장애물이다. "거대도시 프로젝트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진행할 행정기구가 없는 것은 지역별 주도권 싸움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분석이다. 산업구조 조정이 부진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쿤산시 다밍전자의 김태복 사장은 "저임금에 기대어 값싼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만족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체제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클러스터화는 큰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특별취재팀 조주현 특파원 오광진 강은구 김태완 주용석 박동휘 안정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