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옛 전일저축은행 본점.예나래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단 건물 앞에는 이른 시각부터 경찰과 시위대가 진을 쳤다. 긴장감이 팽팽해지던 오전 9시 마침내 영업이 재개됐다. 경영악화로 작년 말 문을 닫은 지 3개월여 만이다.

시위대가 "5000만원이 넘는 예금도 돌려 달라"며 시위를 벌였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경찰은 번호표를 일일이 확인한 뒤 번호표를 소지한 사람만 순서대로 입장시켰다. 전 재산을 날린 아이 엄마 등 억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고객들은 애써 냉정을 유지하려 했다.

영업점 내부도 예금을 찾거나 새 통장을 받으러 온 고객들로 다소 북적일 뿐 큰 혼란은 없었다. 전매공사를 퇴직하고 퇴직금을 포함,2억여원을 예금했다는 이영동씨(74)는 "5000만원 이하였던 예금은 예나래저축은행으로 바꿔 계속 넣어둘 예정"이라며 "5000만원을 초과한 통장이야 예금보호를 받지 못하는 만큼 어차피 계속 묶어둘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씨는 "오랫동안 거래했던 은행인 데다 이제 정부가 운영하니까 앞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예금보험공사는 농협중앙회 지점 등에서 5000만원 초과 예금자 3500여명을 대상으로 보험금 5000만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예보는 총 8000억원을 투입,옛 전일저축은행을 자산 1조61억원,자본금 345억원,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17%의 우량 저축은행으로 탈바꿈시켰다.

전주=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