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 현장 리포트] 오거스타의 神은 '뜨거운 아내사랑' 미켈슨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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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의 승리
작년 아내의 유방암 수술…메이저 출전도 포기하고 간호
우승 후 아내와 눈물의 포옹…"힘든 한해였지만 오늘 기억 소중"
작년 아내의 유방암 수술…메이저 출전도 포기하고 간호
우승 후 아내와 눈물의 포옹…"힘든 한해였지만 오늘 기억 소중"
오거스타의 신(神)은 가족 사랑에 헌신한 '모범 가장'을 선택했다.
얼마나 값진 눈물인가.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아내와 어머니에게 이보다 더 귀한 선물이 또 있을까.
제74회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마지막 날 18번홀(파4).2m짜리 버디 퍼트에 성공한 '왼손 황제' 필 미켈슨(미국)은 경기를 끝내자마자 아내 에이미에게 달려가 뜨겁고 긴 포옹을 나눴다. 지난해 잇따라 유방암에 걸린 아내와 어머니(메리)의 마음 고생은 오죽했을까. 1년여 만에 남편의 투어에 따라나선 아내는 이번 주 오거스타에 도착했지만 내내 침대신세를 지다 이날 대회에 나왔다. 한 줄기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평소 같으면 먼저 달려나와 아빠 품으로 뛰어들었을 자녀들은 의젓하게 그 모습을 지켜봤다. 미켈슨은 아이들을 안아준 뒤 다시 아내와 껴안고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 가족과 함께한 30여초 동안 오거스타의 시계는 멈춘 듯했다. 감격적인 장면을 지켜보던 갤러리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미켈슨이 생애 세 번째 그린 재킷을 입은 2010년 마스터스대회는 많은 이들에게 '가족 사랑'이라는 화두(話頭)를 던지며 11일(현지 시간) 막을 내렸다. 인터뷰 장소로 가기 전까지 아내의 손을 꼭 잡은 미켈슨은 "병을 잘 이겨내고 있는 아내가 자랑스럽다"며 "힘든 한 해였지만 이렇게 정상에 서니 감정이 복받친다"고 말했다.
미켈슨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회를 앞두고 근심에 휩싸였다. 하지만 화요일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마스터스대회 전 에이미와 가족이 오거스타로 왔기 때문이다. 미켈슨의 부모와 장인 · 장모도 오거스타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대가족이 모인 건 지난해 5월 아내의 발병 이후 처음이었다.
미켈슨 부부는 애리조나주립대를 함께 나온 '캠퍼스 커플'이다. 우승 때마다 딸들을 그린에서 힘껏 껴안아줬던 미켈슨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해 5월.아내가 유방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는 그 때 "세상에서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아내의 병 간호에 나선 그는 지난해 US오픈 이후 투어 출전을 보류하기로 하고 7월에 열린 브리티시 오픈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는 "메이저대회 우승이 주요 목표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며 '61연속 메이저대회 출전 기록 행진'이 중단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내가 암 수술을 받은 지난해 7월 또 하나의 비보가 전해졌다. 어머니도 아내와 같은 병을 선고받은 것.당시 미켈슨의 여동생 티나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머니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내와 어머니를 동시에 간호하던 미켈슨은 지난해 8월 브리지스턴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투어에 복귀한 데 이어 그해 9월과 11월 투어챔피언십과 HSBC챔피언스에서 각각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올 들어서도 미켈슨의 가족사랑은 쉼이 없었다. 지난 2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매치플레이챔피언십 대회에 불참하고 가족여행을 떠났다. 당초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가족 여행을 계획했으나 아내의 회복 속도가 늦어 연기해오다 투어 대회도 포기한채 가족을 선택한 것.
미켈슨은 이달 초 미국PGA투어 셸 휴스턴오픈 마지막 라운드에 지난해 아내와 어머니를 치료해준 방사선과 의사 톰 부츠홀즈 박사를 '깜짝 캐디'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부츠홀즈 박사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캐디로 모시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미켈슨은 그동안 라이벌 타이거 우즈에 밀린 '2인자'라는 이미지도 단숨에 벗어던졌다. 그는 올해 미국 PGA투어 7개 대회에 나왔지만 최고 성적은 톱10(공동 8위) 진입이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우즈 공백기에 랭킹 1위로 올라서기는커녕 스티브 스트리커에 밀려 3위로 한계단 내려서자 '2인자의 한계'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판이었다.
그러던 미켈슨이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대반격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11월 의문의 교통사고에 이어 갖은 성추문에 휩쓸린 우즈의 복귀 무대여서 미켈슨의 우승은 더 빛났다. 미켈슨은 시즌 첫승이자 메이저대회 4승째를 거뒀고,미국PGA투어 통산 승수도 38승으로 늘렸다. 그는 "우승은 언제나 특별하다"며 "오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상식에서 미켈슨은 유방암 예방 캠페인의 상징인 '핑크 리본'을 모자에 단 채 그린 재킷을 걸쳤다. 핑크 리본은 경기 중에도 늘 그의 모자 왼쪽에서 반짝였다. '최고의 남편','최고의 가장'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사랑 바이러스'를 전파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얼마나 값진 눈물인가.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아내와 어머니에게 이보다 더 귀한 선물이 또 있을까.
제74회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마지막 날 18번홀(파4).2m짜리 버디 퍼트에 성공한 '왼손 황제' 필 미켈슨(미국)은 경기를 끝내자마자 아내 에이미에게 달려가 뜨겁고 긴 포옹을 나눴다. 지난해 잇따라 유방암에 걸린 아내와 어머니(메리)의 마음 고생은 오죽했을까. 1년여 만에 남편의 투어에 따라나선 아내는 이번 주 오거스타에 도착했지만 내내 침대신세를 지다 이날 대회에 나왔다. 한 줄기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평소 같으면 먼저 달려나와 아빠 품으로 뛰어들었을 자녀들은 의젓하게 그 모습을 지켜봤다. 미켈슨은 아이들을 안아준 뒤 다시 아내와 껴안고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 가족과 함께한 30여초 동안 오거스타의 시계는 멈춘 듯했다. 감격적인 장면을 지켜보던 갤러리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미켈슨이 생애 세 번째 그린 재킷을 입은 2010년 마스터스대회는 많은 이들에게 '가족 사랑'이라는 화두(話頭)를 던지며 11일(현지 시간) 막을 내렸다. 인터뷰 장소로 가기 전까지 아내의 손을 꼭 잡은 미켈슨은 "병을 잘 이겨내고 있는 아내가 자랑스럽다"며 "힘든 한 해였지만 이렇게 정상에 서니 감정이 복받친다"고 말했다.
미켈슨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회를 앞두고 근심에 휩싸였다. 하지만 화요일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마스터스대회 전 에이미와 가족이 오거스타로 왔기 때문이다. 미켈슨의 부모와 장인 · 장모도 오거스타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대가족이 모인 건 지난해 5월 아내의 발병 이후 처음이었다.
미켈슨 부부는 애리조나주립대를 함께 나온 '캠퍼스 커플'이다. 우승 때마다 딸들을 그린에서 힘껏 껴안아줬던 미켈슨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해 5월.아내가 유방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는 그 때 "세상에서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아내의 병 간호에 나선 그는 지난해 US오픈 이후 투어 출전을 보류하기로 하고 7월에 열린 브리티시 오픈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는 "메이저대회 우승이 주요 목표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며 '61연속 메이저대회 출전 기록 행진'이 중단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내가 암 수술을 받은 지난해 7월 또 하나의 비보가 전해졌다. 어머니도 아내와 같은 병을 선고받은 것.당시 미켈슨의 여동생 티나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머니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내와 어머니를 동시에 간호하던 미켈슨은 지난해 8월 브리지스턴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투어에 복귀한 데 이어 그해 9월과 11월 투어챔피언십과 HSBC챔피언스에서 각각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올 들어서도 미켈슨의 가족사랑은 쉼이 없었다. 지난 2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매치플레이챔피언십 대회에 불참하고 가족여행을 떠났다. 당초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가족 여행을 계획했으나 아내의 회복 속도가 늦어 연기해오다 투어 대회도 포기한채 가족을 선택한 것.
미켈슨은 이달 초 미국PGA투어 셸 휴스턴오픈 마지막 라운드에 지난해 아내와 어머니를 치료해준 방사선과 의사 톰 부츠홀즈 박사를 '깜짝 캐디'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부츠홀즈 박사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캐디로 모시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미켈슨은 그동안 라이벌 타이거 우즈에 밀린 '2인자'라는 이미지도 단숨에 벗어던졌다. 그는 올해 미국 PGA투어 7개 대회에 나왔지만 최고 성적은 톱10(공동 8위) 진입이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우즈 공백기에 랭킹 1위로 올라서기는커녕 스티브 스트리커에 밀려 3위로 한계단 내려서자 '2인자의 한계'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판이었다.
그러던 미켈슨이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대반격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11월 의문의 교통사고에 이어 갖은 성추문에 휩쓸린 우즈의 복귀 무대여서 미켈슨의 우승은 더 빛났다. 미켈슨은 시즌 첫승이자 메이저대회 4승째를 거뒀고,미국PGA투어 통산 승수도 38승으로 늘렸다. 그는 "우승은 언제나 특별하다"며 "오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상식에서 미켈슨은 유방암 예방 캠페인의 상징인 '핑크 리본'을 모자에 단 채 그린 재킷을 걸쳤다. 핑크 리본은 경기 중에도 늘 그의 모자 왼쪽에서 반짝였다. '최고의 남편','최고의 가장'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사랑 바이러스'를 전파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