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경기회복예상 재고 늘려" vs "환율 하락 등 감안땐 너무 장밋빛"
"재고 증가와 자동차 판매 호조가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

이상우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5.2%로 상향조정하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세계경제 회복세가 지난해 12월 전망 때보다 뚜렷해지고 있는 것도 한은이 성장률을 높여잡은 배경이다. 리먼 사태 이후 급감했던 교역이 늘어나면서 올해 수출 증가율도 당초 13.7%에서 18.6%로 대폭 높아질 것이란 게 한은의 관측이다.

한은이 더 주목하는 곳은 재고 흐름이다. 기업들이 올해 국내외 경제의 빠른 회복을 점치고 1분기부터 재고를 크게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7%에서 1.6%(각 전기 대비)로 0.9%포인트 높여잡았는데 이 중 상당부분이 재고 증가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재고를 채우려면 생산을 더 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이 GDP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재고출하비율(계절조정재고지수/계절조정출하지수)은 작년 4분기 92.6%에서 올해 1월 92.2%로 약간 줄었다가 2월에는 96.8%로 높아졌다. 기업들의 평균가동률도 작년 4분기 78.4%에서 올해 1월 78.9%,2월 80.5%로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세제혜택이 끝나면서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차 판매가 올 1분기에 호조를 나타낸 점도 성장률 상향조정에 한몫을 했다. 자동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4분기 43만여대에서 올해 1분기 36만여대로 감소했지만 한은 관계자는 "당초 1분기 자동차 판매대수가 25만~26만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10만대나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한은 전망치는 올 한 해 성장률 추이가 1분기 1.6%에서 2분기 0.8%,하반기 1.0%로 상고하저(上高下低)의 모습이다. 자동차 판매 호조와 재고 증가의 영향으로 1분기 수치가 높아져 올 한 해 성장률이 높게 나오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 탄력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재고가 2분기 이후 추가적으로 더 늘어나기 힘들고 자동차 판매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민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원화가치 절상)하면서 수출이 지금처럼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중국을 비롯해 주요국이 출구전략을 펼치면 해외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민간 연구소들은 성장률을 높이더라도 한은 수준만큼 높이지는 않을 계획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고용부진과 가계부채,해외에선 환율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기존 전망치인 4.6%를 유지하거나 올린다 해도 소폭 상향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구기관 일각에선 김중수 한은 총재가 정부와의 정책조화를 강조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나치게 높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