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공매도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들은 현물시장에서 매수강도를 낮추고 있는 데다 선물시장에서는 이틀 연속 '팔자' 우위를 나타내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미리 팔아놨다 나중에 사서 되갚을 때 차익을 남기는 매매기법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의 누적 공매도 금액은 51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주 전(4622억원)에 비해 49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지난 2월 마지막주(2월22~26일) 6467억원 이후 한 달여 만의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공매도 금액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규모는 지난 2월 말 증시 반등과 함께 크게 늘었지만 3월 들어서도 주가 상승이 지속되자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3월 셋째주(15~19일)엔 3709억원까지 감소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등 초기엔 오름세가 금세 꺾일 것이란 기대로 공매도 물량이 늘지만 기본적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여서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 공매도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매도 규모는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대래금에서 공매도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이달 초 1.76%에서 지난주엔 1.89%로 높아졌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이 22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는 등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서서히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IT(정보기술)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들이 예상외로 크게 하락한 것은 원 · 달러 환율 하락 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에 공매도 물량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달 들어 지난주까지 공매도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LG디스플레이(813억원)와 포스코(508억원) 삼성전기(470억원) 현대차(453억원) 등 주요 블루칩들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이 기간 398억원과 373억원의 공매도가 이뤄졌다.

이날 증시에선 공매도의 타깃이 되고 있는 대형주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지난 5일 이후 횡보하던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이날 4만1150원으로 3.63% 떨어졌고,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삼성전기는 12만2000원으로 5% 넘게 급락했다. 현대차의 경우 닷새 만에 9.5%나 밀려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공매도 증가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헤지 물량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공매도 물량은 환율이 안정되고 증시가 다시 상승하면 '숏커버링'(주식을 되갚기 위해 사는 것)에 따른 매수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