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테크를 위해 펀드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던 직장인 최필재씨(29)는 하이자산운용의 '하이2스타53호'의 투자설명서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인 A팀장이 현재 담당하는 펀드 수가 374개에 달했기 때문.최씨는 "상식적으로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너무 많은 펀드를 담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해당 펀드에 투자하기 꺼려져 다른 펀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A팀장뿐만 아니라 동양투신운용의 B펀드매니저와 신영자산운용의 C펀드매니저도 각각 255개와 134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담당 펀드가 비상식적으로 많은 이유는 ELF(주가연계펀드) 때문이다. ELF는 ELS(주가연계증권)를 자산운용사에서 펀드 형태로 만든 상품으로 정해진 구조대로 매매가 이뤄져 펀드매니저의 관여가 거의 필요 없다.

A팀장의 운용 펀드 중 ELF의 수는 318개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ELF는 처음 구조를 만들 때가 어렵지 일단 운용되기 시작하면 정해진 계획대로 굴러가는 상품"이라며 "펀드매니저의 이름은 형식적으로 걸쳐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팀제 운용에 따른 '착시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팀장,본부장 등이 해당 자산운용사의 책임운용 인력에 이름을 올리지만 실제로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다른 팀원이 될 수 있다는 것.신영자산운용의 펀드 수는 135개,펀드매니저 수는 15명으로 펀드매니저 1명당 펀드 수는 8개다. 국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당 평균(8.25명)에 비해 적다. 신영자산운용 관계자는 "팀제로 운영하는 자산운용사는 팀장이 모든 펀드에 책임운용인력으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론도 제기된다. 책임운용자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많아도 10개 이상의 펀드를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관리하기 힘든 현실에서 실제 운용을 맡지 않는 책임자라고 해도 수백개의 펀드를 관리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소규모 펀드가 많아지다 보니 펀드매니저당 관리하는 펀드 수도 함께 증가했다"며 "펀드 수가 증가하면서 모든 펀드에 매니저들이 똑같이 신경을 쓸 수 없어 소홀해지는 펀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