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부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탈모가 최근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세대의 골칫병이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년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수는 16만5000여명으로 2001년(10만3000여명)에 비해 약 60% 늘었다. 이 중 20~40대가 70%를 차지했다. 30대가 4만30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3만8000명,40대 3만4000명 순이었다. 특히 여성환자가 급증해 50대의 경우 여성이 1만938명으로 남성(7861명)보다 훨씬 많았다.

최근에는 취업과 결혼을 앞둔 20~30대 젊은층에서의 탈모가 급증하고 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극심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탈모는 과거와 달리 난치병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예방은 물론 치료도 가능하다.

세계 최초의 먹는 탈모증 치료제인 미국 머크사의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라이드 1㎎정)가 이런 난제를 푼 해결사다. 이 약은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탈모치료제로 승인받은 이후 지금도 전세계 500만명 이상의 탈모 환자들이 복용하는 블록버스터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올해로 발매 10주년을 맞아 대표적인 탈모치료제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탈모 치료 희망으로 떠오른 프로페시아

'서양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00년께 자신의 탈모 치료를 위해 아편은 물론 비둘기의 배설물까지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숱한 탈모 치료 연구가 이뤄졌으나 아무런 소득 없이 실패로 끝났다. 그러다 1998년 프로페시아의 등장으로 탈모 치료에도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남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체내 2형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탈모를 유발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프로페시아는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탈모를 막는다. 남성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환자의 90% 이상에서 탈모가 멈췄고,70% 이상에서는 다시 머리카락이 자라는 효과가 나타났다.

황성주 황성주털털한피부과 원장은 "10년 전만 해도 남성형 탈모는 치료가 불가능한 유전성 질환으로 믿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20대들이 우울한 날을 보냈으나 지금은 프로페시아 복용으로 삶의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환자들 중 중년도 안 돼 자신에게 탈모가 생겼다는 사실에 정신적 충격을 받는 사람이 많다"며 "사실 탈모는 남성호르몬이 증가하는 사춘기 이후부터 서서히 진행해온 것이므로 편하게 마음먹고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권유했다.

10년 전 국내 발매 당시 쌍둥이 탈모 환자 9쌍을 선별해 프로페시아의 효능을 비교했던 김방순 S&U피부과 원장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형제들도 3~4개월 뒤 치료 효과가 나타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쪽과 복용하지 않은 쪽의 머리 숱 차이가 벌어지자 해당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복용하지 않은 사람도 탈모치료에 나섰다"고 술회했다.

◆효능 · 안전성으로 10년 장수의약품 반열

프로페시아가 10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은 것은 FDA를 비롯해 유럽 의약청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공인된 기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국내 판매사인 한국MSD의 꾸준한 홍보와 신뢰 마케팅,의사들의 전폭적인 지지,이에 호응한 환자들 덕택이다.

이 약은 2000년 발매 첫해에 47억원,이듬해 6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8년 150억원에 이어 지난해 165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하는 등 연간 약 240억원에 달하는 경구용 탈모치료제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MSD 맨즈헬스 총괄 안희경 부장은 "프로페시아의 제네릭 의약품(특허만료 후 복제의약품)이 15개 남짓 쏟아져 나왔지만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 한국리서치가 탈모 남성 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먹는 탈모 치료제를 복용 중인 10명 중 6~7명 정도가 프로페시아를 택할 정도로 고객의 신뢰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탈모 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한다"며 "프로페시아의 경우 무기력증 등 심리적 요인에 의한 부작용이 200명 중 1~2명 꼴로 발생할 수도 있으나 크게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장기 탈모 치료에는 프로페시아가 적격

보통 탈모가 생기면 사람들은 고급 샴푸나 민간요법,마사지 등 주변에서 찾기 쉬운 방법부터 시도한다. 대개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으나 비의학적인 방법들이어서 효과가 없거나 단발성에 그치기 십상이다. 흔히 단기간에 효과를 보지 못하면 또 다른 방법을 찾거나 아예 탈모를 방치함으로써 종국에는 탈모가 악화된다.

보통 탈모는 3개월에서 1년까지 장기적인 치료를 받아야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긴 시간 동안 믿고 따를 치료법은 먹는 약과 바르는 약 등 소수에 불과하다. 프로페시아의 경우 하루 한 알씩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3개월 정도 후에 탈모가 멈추는 효과를,6개월이 지나면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2개월 넘게 복용하면 외관상으로도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상당수 젊은 환자들이 조급함을 이기지 못해 한두 달 치료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오히려 치료를 더디게 한다"며 "가급적 빨리 전문의와 상담해 1년 이상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국MSD는 환자들의 편의를 고려,지난해 봄에는 대용량인 84정 단위로 포장된 신제품을 내놨다. 이로써 자주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남성들이 한 번 처방으로 3개월(12주)간 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됐다.

안희경 부장은 "국내 탈모 치료 관련 시장은 2조원 가까이 되지만 대부분 모발관리 서비스,탈모개선용 샴푸나 비누,건강식품 등이 차지해 안타깝게도 가장 과학적이며 효과적인 경구용 약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1%를 겨우 넘고 있다"며 "올해 발매 1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탈모 평생 관리 시대'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