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운영하는 조금자씨(51 · 여)는 팔꿈치 통증으로 일상에 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반찬을 만들거나,청소를 할때 팔꿈치가 찌릿찌릿 저려온다. 프라이팬을 잡기도 어렵다. 최근에는 커피잔을 들다가 잔을 놓칠 정도로 심해졌다. 문고리를 돌리거나 세수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쉬면 나아질까 싶어 차일피일 치료를 미뤘더니 옆에서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팔꿈치가 아팠다. 병원을 찾으니 '테니스 엘보'라는 진단이 나왔다.

"테니스 채를 잡아본 적도 없는데 웬 '테니스 엘보'" 빨래 청소 요리 설거지 등 과도한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들 사이에 '테니스 엘보'나 '골프 엘보'가 흔히 생겨 주의가 요구된다. 테니스 엘보는 의학적 용어로 '상완골 외상과염'이라 불린다. 손목을 움직이는 팔꿈치 바깥쪽 힘줄과 팔꿈치 주위 뼈가 붙는 견골 접합부에 염증이 생기거나 약화된 경우다. 심하면 부분 파열이 일어나기도 한다. 손등을 위로 향하게 하고 주먹을 쥐고 힘껏 손등을 위로 젖혔을 때 팔꿈치 바깥쪽으로 통증이 일어나면 의심해 볼 수 있다.

테니스 엘보는 대표적인 '과사용 증후군'(Overuse syndrome)의 하나다. 테니스의 백핸드 스트로크 동작을 과다하게 시행할 때 많이 발생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주부들의 테니스 엘보는 프라이팬이나 김치통 주방기구 같은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 때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인대에 염증이 생기거나 파열돼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팬(pan)엘보'로 대신 불린다. 관절 전문 연세사랑병원이 2008년 11월부터 1년간 테니스 엘보로 진단돼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행한 166명을 분석한 결과 40대 여성이 40명,50대 여성이 18명에 달하는 것만 봐도 이런 실상을 잘 알 수 있다.

골프 엘보는 '상완골 내상과염'으로 팔꿈치 안쪽 힘줄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골프 스윙동작을 반복적으로 시행할 때 왼손 안쪽 팔꿈치가 아프게 된다. 이 또한 지나친 가사노동을 하는 30~40대 가정주부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2007년부터 3년간 바른세상병원을 내원한 골프 엘보 환자 중 실제 골프 부상은 10% 선에 불과했고 80% 남짓은 주부들이었다. 이 밖에 테니스 또는 골프 엘보는 배드민턴,탁구 등 팔을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과 부품 조립라인 종사자,목수,컴퓨터 프로그래머,요리사 등 손가락과 손목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쉽게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날 때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휴식이다. 팔꿈치에 통증이 감지되면 손목 쓰는 일을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팔꿈치 아래 부위에 착용해 팔꿈치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엘보 밴드를 추천할 수 있다. 박태훈 한국산재의료원 안산중앙병원 재활의학과장은 "만약 통증이 지속되면 근골격계 초음파로 팔꿈치 주위 힘줄의 염증이나 파열,석회화 등을 진단한 다음 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성기에는 '뼈주사'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맞을 수 있다. 통증해소에는 가장 강력한 치료 방법이지만 주사로 인해 힘줄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고,주사를 맞은 후 통증이 없다고 바로 일을 하게 되면 거의 100% 재발하기 쉽다. 박 과장은 "급성기로 염증이 심하되 힘줄이 파열되지 않았다면 한 번 정도 주사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고 이후엔 한 달간 통증을 유발했던 행동을 하지 않고 쉬면서 재활운동치료를 꾸준히 실시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초기이거나 경증이라면 냉찜질 후 온찜질,마사지,전기자극,초음파 등의 물리치료나 소염제 투여 등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체외충격파와 PRP(혈소판 풍부 혈장) 주사가 등장해 적잖은 치료효과를 내고 있다. 체외충격파는 손상된 근육 · 인대 · 힘줄에 고에너지 충격을 가해 콜라겐 섬유소의 생성을 자극하고 신생혈관의 형성을 유도해 조직재생과 통증완화를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강승완 연세사랑병원 엘보클리닉 과장은 "물리 ·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이 1~2주 간격으로 2~3회,매회 15분씩 치료하면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꿈치 힘줄이 부분적으로 미세하게 파열된 경우엔 PRP 주사요법이 적합하다.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혈소판을 농축 분리해 통증이 있는 부위에 주입하는 시술로 혈소판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각종 성장인자가 손상된 인대나 근육,연골 등에서 세포 증식,콜라겐 생성,상피세포 성장촉진,신생혈관 재생,상처치유 등의 효과를 발휘한다. 이 때문에 PRP주사는 무릎 연골 및 인대 손상,어깨 회전근개염증,족저근막염,아킬레스건염 치료에도 사용된다. 매주 1회씩 총 3회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효과는 1개월 이후부터 나타난다.

하지만 상태가 매우 심각한 경우라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피부에 1㎝ 미만의 작은 구멍을 낸 후 관절내시경을 삽입해 팔꿈치 관절 및 힘줄에 생긴 염증을 제거하고 손상된 곳이 회복되도록 유도한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모니터를 통해 관절 안을 직접 확인하면서 이뤄지므로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또 절개 범위가 매우 작아 출혈이나 합병증 위험이 낮으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회복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