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업계에 소금 전쟁이 일고 있다. 분쟁의 진원지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천일염'이다. 천일염이 2008년 정부로부터 '식품'으로 인정받은 데 이어 최근 대형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천일염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정제소금 업계가 반격에 나섰다.

천일염은 특히 일반 소금에 비해 염화나트륨이 적고 천연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점이 부각된 상황에서 오는 8월 '소금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천일염과 정제소금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전남 신안군에서 생산된 국내산 천일염제품 '100% 신안천일염 오천년의 신비'를 출시했다. 대상 청정원도 '바다소금 요리염'으로 천일염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지난달 말 고급 천일염제품인 '3년 묵은 천일염'을 내놨다. 샘표식품도 '신안바다 천일염'과 '소금요정 천일염'을 들고 나왔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소금도 천일염으로 바꾸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자사의 다시다 제품인 '산들애'의 모든 제품에 천일염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신안군에 천일염 가공처리장을 설치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천일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안전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자체 가공시설을 만들기로 했다"며 "다음 달 오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내 대표적인 정제소금 업체인 한주소금은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천일염의 우수성은 인정되지만 처리과정이나 다양한 수입경로 등을 감안하면 반드시 안전하다고 할 수 만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염전 대부분에 위험요소가 존재하고 있다"며 "염전 작업장 대부분이 외부에 노출돼 있어 다양한 이물질이 바람에 날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일염과 정제소금을 둘러싼 업체 간 갈등의 골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국내산 천일염을 프랑스 게랑드 소금 못지 않은 세계적 '명품 소금'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태세여서 천일염 시장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금시장 규모는 1840억원으로,이 중 국산 천일염 시장은 이미 1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철수/심성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