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예일대 기금이 다른 기관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은 '분산투자'와 '주식 중심'의 원칙이었습니다. "

'대학기금 운용의 전설'로 불리는 미국 예일대의 데이비드 스웬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2일 제7회 미래에셋 자산배분포럼에 참석해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2년간 연 평균 16.3%라는 미 대학기금 중 최고 수익률을 올린 비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예일대 경제학 박사인 스웬슨은 1982~1984년 리먼브러더스 선임 부사장을 거쳐 1985년부터 예일대 기금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스웬슨은 "예일대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지도교수 제임스 토빈 교수의 말에 이끌려 리먼 시절 연봉의 80%가 깎이는 것을 감수하고 이직을 결심했다. 그는 동료는 물론 경쟁자들로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바튼 빅스 전 모건스탠리 투자전략가는 스웬슨을 "기금업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렀고,버튼 말키엘 프린스턴대 교수는 "진정한 투자 리더"라고 칭송했다.

1800년대 초 만들어진 200여년 역사의 예일대 기금은 1980년까진 수차례의 파산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스웬슨을 영입한 후 10억달러 규모이던 운용자산이 2008년 6월 말 230억달러로 23배나 급신장했다. 그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작년 9월 말 운용자산이 163억달러로 줄긴 했지만 전 세계 대학기금 중 하버드대 다음으로 큰 규모다. 스웬슨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예일대로부터 모리스컵(2007년)을 수상했다.

예일대 기금은 스웬슨과 딘 다카하시가 개발한 자산배분 모델인 '예일모델'을 통해 운용된다. 예일모델은 전체 기금을 6등분해 △국내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주식 △사모투자펀드(PEF) △실물자산 △절대수익추구형(고정수익) 펀드 등 개별 자산에 분산 투자하도록 한 것이다.

스웬슨은 "수익률의 90% 이상이 자산배분에 의해 결정된다"며 "기금 운용의 특징은 '주식 중심'이고 채권처럼 기대수익률이 낮은 자산군(群)은 피한다"고 말했다. 채권은 디플레이션 방어책으로만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예일대 기금의 채권 투자비중은 4%(2008년 6월 말)에 불과하다.

높은 기대수익으로 인해 높아지는 위험은 '분산'을 통해 낮춘다. 스웬슨은 "폭넓은 분산투자로 효율적으로 위험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물자산은 수익성과 분산투자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이들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게 가져 간다"며 "예일 기금이 기록한 초과수익의 대부분은 PEF와 원목 오일 가스 등 실물자산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뒷북 투자'를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스웬슨은 "투자성과를 추종하는 자를 비판한다"며 "개인뿐 아니라 기관투자가조차 성과에만 급급해 자산가격이 꼭대기 있는 것을 사고 바닥에 있는 것을 팔곤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