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최대 300억유로(45조원)의 차관을 지원키로 합의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1일 화상회의를 갖고 그리스 지원 차관 규모 및 금리조건 등 세부 지원내용을 논의,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로써 3000억유로에 달하는 빚더미로 국가 부도위기 상황에 몰렸던 그리스는 채무상환에 필요한 상당 규모의 자금을 확보,부도상황을 모면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리스에 제공될 지원금의 조건은 3년짜리 차관의 경우 5% 안팎이며,3년 이상의 차관은 여기에 1%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게 된다. 유로존은 또 이번 지원과 별도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도 받기로 했다. IMF의 지원금 규모는 전해지지 않았다.

유로존 재무장관 화상회의를 주재한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이날 회의 직후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시장이 그동안 기다려왔던 것"이라며 "그리스가 지원 요청을 하고 모든 조건이 충족됐을 때 오늘 합의된 조건에 따라 차관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융커 총리는 그러나 "아직 그리스가 공식적인 지원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달 25일 그리스가 더이상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국제통화기금(IMF) 개입+양자 지원' 방식으로 그리스에 차관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으며,그동안 세부내용을 조율해왔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그리스 정부에 빌려줄 차관을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적용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한편 유로존과 IMF의 그리스 지원결정으로 국제 금융시장은 급속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지원 결정에 앞서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리스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7.13%를 기록하는 등 완화기조에 들어갔다. 이 채권수익률은 한때 7.58%에 달하기도 했다. 최근 유로당 1.33달러 선이 붕괴됐던 유로화 역시 한때 1.35달러 선에 근접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지난 주말 각국 증시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