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6%인 712만명에 달하는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조만간 본격적인 은퇴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의 은퇴 준비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0대 후반~50대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믿는 것이라고는 국민연금이 고작이라는 사람도 10명 중 4명에 달한다. 자녀교육에 부모봉양의 이중고에 허덕이다보니 정작 자신의 노후 대비는 소홀히 한 세대가 베이비부머다.

◆베이비붐 세대, 노후 준비 턱없이 부족

베이비부머들은 평생 벌어온 월급의 대부분을 자녀 학자금에 쏟아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1990년대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노후를 위한 저축은 엄두를 못 냈다. 영어 공부를 위해 자식과 부인을 해외로 보낸 기러기 아빠들도 넘쳐났다.

베이비부머들은 자녀를 위한 지출을 줄여 지금이라도 자신에게 투자해 노후를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 은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퇴직 후에도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나이 때문에 회사에서 은퇴를 하고 퇴직 후에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은퇴의 궁극적인 목적이 편안한 삶을 보내는 것이라는 발상을 전환하지 않고서는 고정관념을 깰 수 없다.

눈높이를 낮춰 연봉이 낮더라도 매달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이를 위해서는 퇴직하기 전 현역 시절부터 미리 자기계발에 투자해 전문성을 갖추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미리부터 은퇴생활을 고민하고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은퇴 준비에 쓸 돈은 금융상품에 넣더라도 나머지는 은퇴 이후를 위한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것이 나중에 보면 더 큰 이익"이라고 조언한다.

◆올드(Old) 베이비붐 세대(53~55세)

이들 세대는 정년 퇴직을 코앞에 두고 있거나 독립해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자녀가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어 노후 준비에 100% 전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직장인이라면 정년이 임박한 만큼 퇴직 후 경제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동시에 소비와 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은퇴 생활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국민연금과 퇴직금이 있다지만 국민연금은 기본 생활비 정도밖에 안 된다. 퇴직금도 중간정산을 통해 대부분 사용해 얼마 남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따로 준비한 자산을 어떻게 늘리고 지키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투자 위험이 높거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동산은 점차 줄이고 안전성이 높은 자산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주식 비중은 20~30% 내로 낮추자.아파트 구입 등 부동산 투자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신 자산의 안전성과 유동성에 초점을 맞춰 연금자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정수입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자녀가 독립하게 되면 보유 중인 주택 규모를 줄인 뒤 여기서 창출된 여유 자금을 노후 자금 확보에 활용해야 한다. 이때 적합한 연금상품으로는 보험사의 '즉시연금'이 있다. 목돈을 맡긴 후 가입 다음달부터 매달 연금을 평생 동안 받을 수 있다. 시중 실세금리에 연동하는 공시이율로 운영되며 아무리 금리가 떨어져도 최저 보증이율(연 복리 2.5%)이 보장된다.

◆미들(Middle) 베이비붐 세대(50~52세)

50대에 접어들면서 은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은퇴 후 할 일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면서 연금소득 임대소득 등 다양한 수입원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연금을 추가로 마련하려면 '종신연금','물가상승 방어'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장수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연금의 실질가치 하락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요건을 충족하는 연금 상품은 멀리 보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투자할 수 있는 변액연금상품이 제격이다.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연금 개시 후에도 펀드에 투자할 수 있어 수익률이 높으면 연금액이 많아지고 수익률이 나쁘더라도 한번 오른 연금액은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실적배당 종신연금' 상품도 나와 있다.

자녀의 유학과 결혼 등 3~5년 후에 들어갈 자금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둬야 한다. 사업을 하고 있다면 비즈니스에 전념하면서 여유 자금은 차근차근 연금자금으로 준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좋다.

◆영(Young) 베이비붐 세대(47~49세)

노후 준비에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조급함을 느끼는 시기다. 현재 자녀 교육비 부담이 크고 직장에서도 책임이 무거워지면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세대다. 자칫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50대에 접어들기 쉽다.

이 세대는 올드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금융지식이나 은퇴설계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주식 직접투자,수익형 부동산 투자,다양한 금융상품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준비하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연금자산 준비는 '멀티연금' 방식을 권한다. 연금소득의 가장 큰 맹점은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궁핍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금 소득의 발생 시기를 다변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연금보험에 가입할 때도 하나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작은 금액이라도 60세,65세,70세가 다가올 때마다 순차적으로 나오도록 쪼개 가입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기존 연금의 가치가 하락할 시점에 새로운 연금이 발생해 연금의 실질가치를 지킬 수 있다. 새로 추가되는 연금은 적은 금액으로도 많은 연금액을 확보할 수 있는데 연금 개시까지 긴 시간으로 인한 복리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도움말=김상호 교보생명 광화문재무설계센터 웰스매니저 mykyob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