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작가 이우환씨(73)의 작품값이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12일 화랑가에 따르면 생존 국내 작가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이씨의 그림값은 지난 2년 동안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까지 내렸으나 올해 들어 대표작 '선으로부터''점으로부터''바람과 함께''조응'시리즈가 10% 이상 오른 점당 5000만~3억2000만원(100호 · 130×160㎝ 기준)에 거래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매시장에서도 이씨의 작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달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에선 이씨의 출품작 4점 중 3점(73%),K옥션 경매에서는 6점 중 5점(83%)이 각각 팔려 지난해 평균 낙찰률(66.2%)을 크게 웃돌았다.

오는 6월 일본 나오시마(直島)섬 '이우환 미술관' 개관에 따른 특별 전시회와 내년 2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 등을 앞두고 상승 무드를 감지한 일부 '큰 손'들이 매수세에 가담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수세 꿈틀…낙찰총액 3년째 1위=이씨의 1970~80년대 작품 '선' 시리즈의 작품값은 작년 말 점당 2억5000만원에서 최근 2억8000만~3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바람' 시리즈도 수작의 경우 1억8000만원으로 뛰었고,5000만~6000만원이던 '조응' 시리즈는 8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판화 가격도 10% 정도 오른 점당 300만~400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이씨의 소품 조각 테라코타가 추정가보다 두 배 높은 1200만원에 팔렸다. K옥션 경매에서는 1980년 작 '점으로부터'(22×27.3㎝)가 4800만원,1979년 작 '선으로부터'(31.8×40.9㎝)는 9500만원,1983년 작 '바람과 함께'(40.9×31.8㎝)는 32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국내 화가 중 국제성을 크게 인정받고 있는 이씨는 경매 낙찰 총액에서 3년째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한국미술품시가감정협회가 서울옥션과 K옥션 등 6개 경매회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씨의 출품작 71점 중 47점이 팔려 낙찰률 66.2%,낙찰총액 62억2130만원을 기록했다. 김환기 작품은 33점 중 25점(낙찰률 75%,낙찰총액 59억원)이 팔려 2위에 올랐고 박수근이 3위에 랭크됐다.

◆호재 많아 시장성 '맑음'=화랑가에서는 이씨의 작품에 대해 '이제는 매수할 만한 시점'이라고 평가한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뉴욕 구겐하임과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전시회를 여는 데다 생존 작가여서 내년 양도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여러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며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도 가장 높다"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울산대 교수)은 "국내 소비가 회복되면 고소득층 및 중산층이 이우환과 박수근,김환기 등의 고가 그림 투자를 늘려갈 것"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