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이 위기에 휩싸였다. 가덕도 인근에 신항이 완공되면서 부두는 계속 늘고 있는데 물동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 텅 빈 컨테이너 야적장이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항 북항과 신항 간 컨테이너 화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터미널 운영 업체들이 선석을 반납하는가 하면 하역료 덤핑 경쟁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두 공급 과잉으로 인한 후유증이다.

화물 유치 경쟁에서 치명타를 입고 있는 쪽은 북항이다. 부산 동구 자성대부두를 운영하는 허치슨터미널 관계자는 "자성대와 감만부두에서 처리하던 물동량의 40%가 신항으로 옮겨갔다"며 "하역료 덤핑 경쟁까지 겹쳐 부두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허치슨터미널은 물동량이 급감하자 자성대부두 3개 선석을 반납하고 감만부두 1개 선석의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최근 부산항만공사에 통보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허치슨 측이 선석 반납에 이어 부두 운영 중단까지 통보해 당혹스럽다"며 "지금으로선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구 감만동의 신선대부두를 운영 중인 대한통운터미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컨테이너 처리량이 97만5000개에 달하는 뉴월드얼라이언스 선사동맹이 신항으로 옮긴 데 이어 최근 하역료 공개입찰에 나선 그랜드 얼라이언스 선사동맹(작년 처리량 93만3000개)마저 신항으로 떠날 경우 대형 고객을 모두 놓친다. 신선대부두 관계자는 "선사 유치에 나서고는 있지만 중소업체들이 대부분이고 치열한 하역료 경쟁까지 벌어져 선사를 유치하더라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신항 쪽 운영회사들도 물동량이 늘고 있긴 하지만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한진과 현대상선 등이 총 18개 선석을 가동 중이지만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올해 말 목표치(580만개)를 달성해도 전체 처리 능력(1100만개)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신항 쪽 일부 운영회사의 경우 최근 하역료를 북항보다 20~30% 낮춰 화물을 유치하기도 했다.

남기찬 한국해양대 교수는 "북항과 신항의 하역료 덤핑 경쟁 및 터미널 경영 악화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 공멸할 수도 있다"며 "북항을 되살리고 북항과 신항의 기능 재배치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