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통화 녹음을 피고인이 모르게 한 거죠?"(변호인)

"금융감독원이 의도적으로 감추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모를 수 있습니다. "(검사)

"금감원 녹취시스템이 정당한지,그렇게 하는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해 다음 공판에 알려달라."(판사)

지난 7일과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23호.검찰 · 금감원 측과 변호인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갔다. 금감원이 주식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된 기업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몰래 녹음한 내용을 검찰이 공개하려 하자 변호인이 "피의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녹음한 것이어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의 기업인 조사관행이 법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금감원은 정식 수사기관은 아니지만 경제 · 금융 범죄에 관한 한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권에 버금가는 막강한 조사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사과정에 불법성이 많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요즘 검찰이나 경찰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격하게 절차를 지키지만 금감원은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다.

금감원의 조사행태가 알려진 7일 재판에선 금감원이 받은 피의자 진술도 문제가 됐다. 금감원이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정황이 드러난 것.검찰이나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조사하기 전에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말해줘야 한다. 이날 법정에서 D기업 피의자는 금감원에서 했던 진술을 법정에서 부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기업의 변호인은 미란다 원칙 위배를 검찰 · 금감원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큰 문제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수사가 아닌 조사를 하는 곳이고 조사내용은 법정에서 참고자료로 쓰일 뿐"이라며 "신빙성이 의심된다면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판사가 채택하지 않으면 될 문제"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추가 수사를 하기 때문에 금감원의 조사방법은 핵심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막강한 권한을 감안하면 조사절차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현행법상 금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기관은 주가조작이나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된 피의자에게 출석을 요청하거나 진술을 들을 수 있는 조사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관이나 식약청 등 공무원과 달리 특별사법경찰로 규정돼 있지 않다. 검사 · 경찰 · 사법경찰은 미란다 원칙 준수는 물론이고 전화로 신문하면서 통화내용이 녹음 등을 통해 법정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릴 의무가 있다.

금감원의 주장대로 금감원의 조사절차를 규정한 법제나 판례가 없기는 하다. 이 사건수사를 담당한 검찰 관계자는 "(금융감독기관의 수사절차에 대해서는) 관련 법제나 판례가 없어 우리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감독기관 조사직원은 권한 면에선 특별사법경찰로 봐야 하며 사법경찰관리법을 개정해 준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이고운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