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회사별 연봉 수준을 분석한 지난 10일자 한국경제신문 A6면 기사에 대해 여기 저기서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각 회사 인사팀들의 전화는 경쟁사들의 연봉 정보를 보다 더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액 연봉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 회사들은 그룹사나 고객들의 눈치가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연봉이 낮은 곳들은 "직원 사기가 떨어질까봐 걱정"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이테크건설도 문의 전화를 걸어온 회사 중 하나다. 하지만 이테크건설이 전화한 이유는 다른 회사와는 사뭇 달랐다.

이 회사는 2008년 평균 8300만원이던 임직원 연봉이 작년 5500만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돼 124개 조사대상 기업 중 연봉 하락폭이 가장 큰 기업으로 조사됐다. 회사가 작성해 안팎에 공표한 사업보고서에 나온 수치대로 분석한 결과였다.

이테크건설은 기사에서 다룬 2008년 연봉 수치가 실제와 다르다고 알려왔다. 회사 관계자는 "회계 담당 직원이 남녀 직원 연봉을 평균으로 계산해 적어야 하는데 이를 더해 기록한 데 따른 것"이라며 "실제 2008년 연봉이 5000만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작년 직원들 급여가 오히려 올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보고서를 기재하면서 벌어진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상장사가 사업보고서를 틀리게 작성했는데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태도에 놀랐다. 사업보고서는 한 회사의 재무제표 등 1년간 실적과 자산을 포함,총 영업 현황을 망라해 적어 놓은 종합보고서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존 주주를 포함해 회사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회사와 사업을 같이하거나 공사를 발주할 기관 등의 입장에서 사업보고서는 회사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하고 중요한 잣대"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업보고서가 틀리게 작성됐는데도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업보고서를 직접 쓴 이테크건설은 물론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안진회계법인,보고서를 받고 검토한 뒤 공시 사이트에 띄워놓은 금융감독원까지도 '관계 없는 일'이라는 태도다. 이테크건설의 2008년 사업보고서는 이 회사가 스스로 틀렸다고 인정한 이후에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공시사이트에 떠 있다.

김재후 건설부동산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