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찬기운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유난히 길었던 겨울도 이젠 종점에 다달았다. 학교에서는 어느덧 본격적인 봄소풍이 시작됐다. 주말이면 야외로 빠져 나가는 상춘객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나들이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음료다. 최근 음료시장의 트렌드는 '웰빙'(참살이)과 '프리미엄'(고급화)이다. 탄산음료가 여전히 가장 많이 팔리고 있긴 하지만 갈수록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다. 탄산음료를 대신해 생수 커피 요구르트 차 등을 재료로 한 음료가 떠오르고 있다.

생수시장은 매년 10% 이상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시장 규모가 4900억원대로 불어났다. 올해는 경기 회복세까지 더해져 시장 규모가 54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매출은 이상 저온 및 일기 불순 등으로 인해 작년 동기 대비 8% 내외의 성장에 그쳤지만,이달 들어 정상 기온을 되찾으면서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 보광훼미리마트 조사에 따르면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나들이객이 늘어나면서 지난 주말(8~11일) 생수 판매량은 한 주 전보다 109%나 증가했다.

생수가 향후 음료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제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면서 업체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제주 삼다수로 생수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농심은 대리점을 늘리는 등 유통망을 대폭 강화한 데 이어 해외 수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30개인 수출국을 올해 안에 35개국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이시스로 생수시장 2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칠성은 새로운 수원지 개발을 통해 농심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작년 하반기 '아이시스 DMZ 2㎞'를 내놓았으며 상반기 중 추가로 수원지를 차별화한 제품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동원F&B와 풀무원샘물도 제품명과 디자인 등을 새롭게 바꾼 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생수시장과 함께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커피음료다. 2007년 3580억원 선이던 국내 커피음료 시장은 이듬해 4380억원 규모로 커졌으며 작년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4720억원으로 성장했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올해 커피음료 시장은 5300억원 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커피음료 시장의 성장은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주요 소매점 판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음료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상품이 커피였다. GS25가 판매한 음료제품 중 2008년만 해도 3위에 머물렀던 커피는 작년에 매출 1위로 올라선 데 이어 올 들어서도 38%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판매 1위를 기록 중이다. 커피음료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커피전문점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고급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커피음료 중에서도 프리미엄급 원두 캔커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2007년 290억원 선이던 원두 커피음료 시장은 2008년 600억원으로 커졌으며 작년에도 25% 늘어난 75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했다. 올해 원두 커피음료 시장 규모는 900억~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칠성이 '칸타타'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동서식품 서울우유 매일유업 빙그레 해태음료 등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능성 음료는 최근 식음료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새롭게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간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제품인 '헛개나무프로젝트 쿠퍼스'와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헬리코박터프로젝트 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우유는 성장기 어린이와 폐경기 여성,노년층 등을 겨냥한 '뼈를 생각한 우유 MBP'를 새로 선보였다. 롯데칠성은 이달 초 '과라나' 추출물과 홍삼 농축액,가시오가피 농축액,아미노산 등을 함유한 에너지 탄산음료 '핫식스'를 출시했다. 해태음료도 과라나 추출물을 함유한 에너지 음료 '에네르기'를 내놓았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