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lame duck).한국어로 풀이하면 '절름발이 오리'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정책에 대한 집행과 결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모습을 절뚝거리며 걷는 오리에 빗댄 것이다.

최근 국회를 보면 레임덕이 공직 사회에서만 적용되는 단어는 아닌 듯하다. 현재 18대 국회 상임위원회는 5월이 되면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상임위 구성에 들어간다.

상임위 교체기를 맞이하는 의원들은 크게 두 부류다. 상임위가 새로이 구성되면 쟁점 법안들의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본회의 상정을 서두르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결정이 부담스러워 다음으로 논의를 미루는 의원들이 있다. 문제는 당연히 후자다.

13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농협법은 상임위 교체기의 희생양이 된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농협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농협보험 설립 등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은 지난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무려 12년이나 논의됐던 사안들이다.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 표현대로 "농협은 매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업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묵혀온 법안이다.

하지만 강기갑 민노당 의원과 조배숙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이유로 "정부 · 여당이 일방적으로 농협법 개정안을 졸속 심사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특위구성을 요구했다. 마치 여야간 사전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 같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발끈한다. 이계진 소위원장은 "야당의원들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농협법 논의를 위한 법안심사소위는 공식적인 여야합의로 정해진 것이며 여당이 일방적으로 잡은 일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국회 관계자들은 야당 의원들의 행태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상임위 교체를 앞두고 골치 아픈 현안에 끌려들어가고 싶어하지 않는 기색이 읽힌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특위 구성 주장은 정치인들이 시간 끌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과연 아니라고 야당의원들은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신영 정치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