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급등으로 포장김치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이 심해 김치값은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배추값이 포장김치값 수준으로 오르면서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고 있는 것이다.

13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배추 상품 1㎏ 도매가격은 평균 1420원 선에 거래됐다. 1년 전의 980원보다 45%,평년의 598원에 비해 137%나 오른 수준이다. 배추 3개 들이 10㎏ 한 망을 기준으로 하면 1만4200원에 달하는 셈이다. 배추값은 일조량 감소로 월동배추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지난달 말부터 급등했다.

이에 따라 포장김치업체의 원가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대상(종갓집 김치)이나 CJ(CJ햇김치) 등은 월별 단가계약을 통해 배추를 사들이는데 예년 이맘 때 구매단가는 ㎏당 400~500원대였지만 이달엔 1000원대까지 올랐다. 농협(아름찬김치)에선 연간 생산물량의 80~90%를 장기 재배계약으로 공급받지만,올해는 작황이 나빠 상당 물량을 시장에서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상FNF의 문성준 팀장은 "김치 1㎏의 제조원가는 작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고 평년과 비교해선 40~50% 올랐다"며 "한 달에 50억원어치를 판다고 가정하면 5억원 정도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남 화원농협의 정영호 김치가공 공장장은 "배추값에 양념,인건비 등을 더하면 제조원가가 김치 1㎏에 2000원이 넘는데 케이터링업체 등에 계약해서 넘기는 가격은 ㎏당 1700~1800원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또 열무와 깐마늘 · 생강 · 대파값 등도 전반적인 채소수급 불안의 영향으로 가격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생산원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판매 가격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농협 관계자는 "포장김치는 장기계약 물량이 많은 데다 시장 경쟁도 심해 장기계약자 위주로 가격을 10~20% 조정하는 데 그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장김치값이 배추값보다 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문은 오히려 밀려들고 있다. 지난달 대상의 김치 매출은 48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늘었고,CJ도 35%가량 증가했다.

김현석/심성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