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들에게 밥상 차려 주는 게 개혁공천이냐.비주류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

민주당 텃밭인 호남의 지방선거 공천이 파행되면서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광주시장 경선 결과를 둘러싼 탈법논란이 격화되는 가운에 전남 · 북지사 후보로 경선을 생략한 채 현역 지사를 확정한 데 대한 반발이 거세다.

참신한 인물과 배심원제로 호남에서 바람몰이를 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13일 민주당은 호남 공천을 둘러싼 갈등으로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지난 10일 광주시장 경선에서 0.45%포인트 차이로 강운태 의원에게 패한 이용섭 의원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강 후보 측이 당의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동안 우리(이 의원 측)와 정동채 후보 지지자를 겨냥한 불법 여론조사를 해 결과를 교란시켰다"며 여론조사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배심원 50%와 시민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경선에서 강 후보 측이 불법적으로 확보한 당원명부를 특정 지역신문사에 의뢰한 뒤 여론조사를 실시,표심을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강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며 이 · 정 후보는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심청구에 대한 심사는 14일로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또 한 차례 요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선관리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전남 · 북지사 현역 단수 추천에 대한 후폭풍도 거세다. 민주당은 전날 중앙당이 예비후보들의 등록거부를 이유로 이날까지 등록을 마친 현역 지사들로 후보를 확정했다.

이에 전남지사 후보로 나선 주승용 의원 등 예비후보들은 "중앙당이 경선판을 엎겠다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 의원 지지자들은 전날 전남도당에 이어 이날 영등포당사를 항의 방문했다. 주 의원 측은 "여론조사 설문방식을 둘러싼 후보들 간 이견 등 기술적 문제조차 조율하지 않은 채 현역 단수후보라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현 전남 · 북지사는 정세균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반면 주 의원과 전북지사 후보로 나섰던 유종일 후보는 정동영 의원 측으로 분류된다. 향후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정-정 간 기싸움이 호남 경선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의원 등 비당권 의원 30여명이 참여한 쇄신모임이 14일 회동을 갖고 최근의 호남공천과 야권연대에 대한 지도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할 예정이어서 정면충돌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