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상인'으로 유명한 윤장섭 성보화학 회장이 미수(88)의 고령에도 성보화학과 관계사인 유화증권 자사주를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어 화제다. '무차입 경영'과 '한우물 파기'로 상징되는 개성상인의 철학이 자사주 매입에도 적용됐다는 평가다.

윤 회장은 13일 유화증권 보통주 23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이달 들어 8번째 지분 변동 신고다. 주말을 감안하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유화증권 주식을 조금씩 사들인 셈이다.

유화증권 자사주에 대한 그의 애착은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그는 전자공시 제도를 도입한 2000년부터 자사주를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다. 2008년 3월 아들인 윤경립 유화증권 사장에게 지분 일부를 증여해 최대주주 자리를 물려줬지만 그 이후에도 줄기차게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성보화학 주식도 마찬가지다. 윤 회장은 지난달에도 세 차례에 걸쳐 성보화학 주식을 조금씩 늘렸다. 자식들에게 대주주 자리를 물려줬음에도 그는 자사주를 끊임없이 매입한 덕에 대주주 못지않은 2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성 출신인 윤 회장은 1957년 성보실업을 설립했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1970년대에는 '현금왕'이란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그는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기업 인수,매매 등을 하지 않는 '개성상인 1세대'로 유명한 인물이다.

1962년 유화증권을 창업했지만 성보화학 성보실업 경영에 신경썼을 뿐 증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고 이후 윤경립 사장에게 물려줬다. 유화증권 관계자는 "10년 넘게 변함없는 자사주 매입을 보면서 직원들은 윤 회장이 그만큼 관심을 갖고 회사를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