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앞다퉈 농업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토종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데다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다. 브랜드 농산물의 재배와 판매 등 농업 관련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2위인 '로손'은 이달 초 농업에 신규 진출한다고 밝혔다. 일본 편의점 업체 중 직접 농업에 참여하는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로손은 올 상반기 중 일본 간토(동부) 지역 대규모 농가들과 공동으로 농업법인을 설립,농약 사용을 줄인 야채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배추 무 등 5~6개 품목을 재배해 자사 편의점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1호 법인의 실적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농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최대 이자카야(주점) 체인점인 '와타미'는 지난달 중순 프랜차이즈 방식을 활용한 농업 비즈니스 계획을 내놨다. 올 하반기에 취농 희망자를 모아 농사 연수를 시키고 농지 취득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와타미는 직영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자사의 이자카야에서 사용해 왔다. 식품 · 외식 및 소매 유통업계에서 가맹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농업 분야에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와타미가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수한 품질의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고 외부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와타미는 젊은이들의 농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연수 기간 중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들을 와타미 직영농장에서 일정 기간 연수시켜 농작물 재배방법 등을 가르칠 예정이다. 연수를 마치고 독립하면 와타미의 계약 농가가 되며,생산한 농산물은 와타미에서 전량 수매하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대형마트 '이토요카도'는 2008년 말 농업생산법인을 설립해 직영농장을 운영 중이다. 대형 식품업체인 '가고메'는 1990년대 말부터 농업에 진출,유기농 제품 등을 생산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전국 8곳에 농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용 인원도 850명에 달한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농업은 고용창출 시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일본 각지에선 농촌 취업설명회가 성황이다. 정부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완화 조치를 실시하면서 대규모 농업법인이 늘어나 이들 회사에 신규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일본의 농업 관련 신규 취업자는 1990년 1만5000명 선에서 지난해 10만명을 넘어섰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