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40)가 2010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에서 선전하며 메이저 타이틀에 근접했음을 보여줬다. 최경주도 "미국PGA투어에 데뷔한 지 11년째이므로 이제는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리겠다"고 말해왔다. '일반 대회 우승의 10배 값어치'라는 메이저대회 타이틀은 아무나 따지 못한다. 미PGA투어 7승을 거둔 최경주가 메이저 우승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주무기 '벙커샷' 완성도를 높여라

최경주가 아쉬워 하는 대목은 최종일 13번홀(파5) 그린사이드 벙커샷이다. 최경주는 투어에서도 벙커샷을 잘 하는 것으로 정평났다. 벙커에서 파(버디)를 세이브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샌드세이브도 올 시즌 60.47%(랭킹 15위)로 투어 평균치(약 50%)를 크게 웃돈다. 그런 최경주가 13번홀에서 벙커샷을 짧게 치는 바람에 통한의 보기를 했다. 최경주의 이번 대회 샌드세이브는 50%로 타이거 우즈,양용은(이상 80%),앤서니 김(75%)보다 떨어진다.

메이저 챔피언이 되려면 필 미켈슨의 로브샷처럼 결정적 순간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주무기가 있어야 한다. 벙커샷 완성도를 지금보다 더 높여 '벙커에 들어가도 파는 문제없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트러블샷 파세이브 능력을 키워야

우즈는 첫날 9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 소나무 아래 내리막 라이에 멈췄는데도 기막힌 드로샷으로 버디를 엮었다. 미켈슨은 최종일 10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 숲에 떨어져 큰 나무 때문에 그린을 노리기 힘든 상황에서도 파를 잡았다.

반면 최경주는 3라운드 10번홀에서 티샷이 드로성으로 나무를 맞고 떨어진 뒤 3온2퍼트로 보기를 했다. 티샷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즈나 미켈슨은 트러블에서도 파(버디)를 자주 잡는다. 위기 관리 능력이 그만큼 뛰어난 것.레이업(장해물을 피해 안전하게 치는 샷)도 좋지만,성공할 경우 보답이 큰 '고난도 샷'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좀 더 여유있는 플레이로 리듬 유지를

최경주는 샷을 할 때 시간을 끌지 않는다.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그대로 친다. 갤러리들이 움직이든,인접 홀에서 함성이 터지든,비행기가 지나가든 관계없이 스윙을 한다. 우즈는 다르다. 바람,비행기,벌레,땀 등 사소한 방해가 있어도 어드레스를 풀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최경주가 마지막날 13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하려 할 때 12번홀 쪽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미켈슨이 버디퍼트를 넣고 최경주와 공동선두에서 단독선두로 치솟자 갤러리들이 열광한 것.최경주는 그때 잠시 뒤로 물러서긴 했으나 곧 샷을 했다. 우즈 같으면 함성이 잦아질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대선수들은 긴박한 상황일수록 주위의 변수에 좌우되지 않고 호흡을 길게 잡으며,자신의 리듬과 템포대로 샷을 하는 여유를 가졌다.

◆게임 안 풀릴 땐 화도 낼 줄 알아야

최경주는 영어로 인터뷰를 할 정도로 소통에 문제가 없다. 우즈도 "최경주와 경기 중 대화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최경주의 영어 실력을 평가했다. 그 정도라면 혹 동료나 갤러리들이 자신한테 야유를 보내는 것도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러나 최경주는 얌전하다. 경기가 안 풀릴 때에도 클럽을 내동댕이치거나 혼잣말로 욕을 한다거나 발로 땅을 차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화를 낼 때에는 내야 한다. 화를 위한 화가 아니라,'미스 샷'을 잊어버리고 다음 플레이를 잘 하기 위해서다.

근신중 복귀한 우즈조차도 여러 차례 화를 참지 못하고 표출했다. 3라운드 6번홀(파3)에서는 티샷이 생각대로 되지 않자 'Tiger,you suck(빌어먹을)'이라고 중얼거렸는데 이것이 마이크에 잡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