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 폐기물이 친환경 건축자재로 거듭나게 됐다.

한국남동발전은 14일 국내 연구진이 20년 동안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인공 경량골재 생산공장'을 영흥화력발전소 내에 착공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내년 3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석탄 폐기물을 원료로 한 경량골재는 폐기물 처리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 데다 토양오염 우려가 없고 건축물 필수 소재로 전환까지 되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제철소의 냉연 · 열연 슬러지,EAF 더스트(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중금속 분진),일반 쓰레기 소각재,하수 · 폐수 슬러지까지도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골재는 콘크리트 안에서 시멘트의 빈 공간을 메워주고 수축을 방지해 강도를 높이는 필수재다.


◆도자기 원료 제조법에서 착안

경기대 신소재공학부 연구진은 도자기 '삼성분계 원리'를 이용해 저회와 잔사회를 경량골재로 바꾸는 기술을 고안했다. 작년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석탄폐기물은 82%가 비회(플라이애시),18%가 저회(보텀애시)다. 품질 좋은 비회는 콘크리트 혼화재로 사용되지만 중금속을 함유한 저회와 품질이 안 좋은 비회(잔사회:미연탄소 5% 이상)는 모두 매립된다.

기술의 기본 원리인 도자기 삼성분계란 실리카와 장석,점토 혼합을 말한다. 지각의 기본 물질인 실리카(SiO₂:이산화규산)는 융점이 섭씨 1700도 가까이 돼 가공이 애매하다. 그래서 분자 결합을 끊어 융점을 낮추는 것이 장석(나트륨 칼륨 등+규산염 광물)이다. 실리카와 장석을 섞으면 유리가 된다. 이때 융점은 낮아지지만 강도가 약해진다. 여기에 점토(물+알루미나 규산화합물)를 넣으면 강도는 높아지지만 융점은 낮아진 화합물이 만들어진다.

반면 저회는 실리카와 알루미나(Al₂O₃)가 약 7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산화철과 탄소화합물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연구진은 이 부분에 착안,실리카에 장석과 점토를 넣듯이 저회에 준설토만 넣고 골재로 전환하는 기술을 쎄라그린(대표 박영호)과 함께 개발했다. 비용 등은 교육과학기술부 프론티어21사업단이 지원했다. 연구진의 기술로 저회와 EAF 더스트,점토를 혼합해 적절히 처리하면 벽돌이 만들어진다.

◆중금속 안정화가 기술 핵심

저회에 남아 있는 중금속은 연구진의 특허 기술로 안정화 단계를 거쳤다. 납 카드뮴 크롬 등 각종 중금속을 화합물 안쪽으로 흡착(양이온 교환)시켜 유해성을 없애버린다. 이 화합물을 압출성형기에 넣으면 가래떡처럼 골재 원료가 뽑아진다. 이를 잘게 자른 다음 성형처리를 거쳐 화로에서 섭씨 1200도 이상으로 구워내면 경량골재가 나온다.

경량골재는 자연산 쇄석골재보다 가벼워 활용 분야가 넓다. 김유택 경기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경량골재는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며 "경량골재로 만든 콘크리트는 기둥 수를 줄여 반도체 공장 등의 내부 면적 효율을 높일 수 있고 교각이나 대교,이동식 부두,석유 시추선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2006년 서울 여의도 아일렉스타워 증축공사를 할 때 연구진이 개발한 경량골재를 전량 구매해 사용한 바 있다. 남동발전은 이 사례와 수년에 걸친 타당성 검토 끝에 공장 착공을 결정했다.

◆수백억원 비용 절감 가능

인공경량골재 생산기술이 국내의 모든 화력발전소로 파급되면 매년 수백억원의 비용절감과 수입대체 효과가 예상된다. 작년 국내 석탄 수입량은 7400만t,국내 5개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석탄회 발생량은 835만t이다.

이 중 비회 525만t만 재활용되고(재활용률 64%) 잔사회와 저회 310만t은 전량 매립됐다. t당 매립단가가 1만5900원으로 500억원(310만t?C1만5900원)의 비용이 절감되는 셈이다. 또 현재 국내에서 채취되지 않는 천연경량골재 수입량 19만여t(수입액 240억여원)도 인공경량골재가 대체할 수 있다.

인공경량골재는 1루베(㎥의 현장용어)당 5만원 정도에 판매될 예정이다. 보통 1㎥당 20만원 이상인 수입경량골재 시세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골재(모래 · 자갈)가 콘크리트 배합시 높은 비중(보통 70% 이상)을 차지하므로 콘크리트 가격도 내려가게 된다. 물론 자갈 등 자연골재(1㎥당 2만원 이하)로 만든 콘크리트보다는 비싸다. 그러나 무게가 40% 이상 가볍기 때문에 내력벽이나 기둥 · 보 등 공사비가 줄어 총 공사비는 자연골재 콘크리트를 사용했을 때보다 10% 이상 경감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